美 NBC, 평창올림픽 경기 스케줄 좌지우지

구미서 인기 있는 경기, 현지 TV 황금시간대에 맞춰 열려…선수들, 시차 아닌 시차로 골머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페어 북한 렴대옥-김주식 조가 5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은 이번 올림픽에서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2시경 끝난다. 피겨스케이팅은 오후 또는 밤에 경기를 치르는 게 보통이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종목별 경기 시간대가 평소와 다른 시간대로 잡혀 선수들로서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5일 보도했다.

미국ㆍ유럽에서 인기 있는 경기는 현지 TV 황금시간대에 맞춰 열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2시경 끝난다. 피겨스케이팅은 오후 또는 밤에 경기를 치르는 게 보통이다.

피겨스케이팅처럼 밤낮이 역전된 일정이 적지 않다. 북미에서 인기 있는 스노보드, 프리 스타일 스키도 평소 밤에 개최되는 경기인데 평창에서는 아침부터 낮 동안 진행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시장층으로 중시하는 북미 젊은이들을 겨냥한 탓이다.

반대로 유럽에서 인기 있는 스피드스케이팅과 스키점프 경기는 밤 늦은 시간에 치러진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는 보통 낮에 치러지지만 평창에서는 주로 오후 8시 이후 열린다. 종목에 따라 최종 세트 시작은 오후 11시 전후다.

NHK 스포츠 프로듀서 출신인 스기야마 시게루(杉山茂)는 "TV 방송사의 요구와 다른 시간대에 경기를 열 순 없다"고 말했다. TV 방송사가 거액의 올림픽 중계권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IOC 수익의 양대 축은 TV 중계권료와 협찬이다. 그 중에서도 미 NBC 방송이 가장 막강한 '스폰서'다.

NBC는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부터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 10개 대회분의 대미 방송권을 120억달러(약 13조원)에 획득했다. 세계 중계권료의 약 50%, IOC 전체 수입의 약 40%를 지불하는 셈이다. NBC의 영향력은 이처럼 막강하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당시 NBC의 요청으로 모든 수영 종목과 체조 일부 종목 결승전을 아침에 치른 바 있다. 미국의 TV 황금시간대에 맞춘 것이다.

따라서 평창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오전에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선수들의 경우 기상ㆍ취침 시간을 앞당기는 등 인체시계 조절에 나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인체시계에 중요한 것은 빛ㆍ식사ㆍ혈당치다. 혈당을 높이면 인체가 아침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본 선수들은 평창에서 취침ㆍ기상과 함께 식사 시간도 3시간씩 앞당길 계획이다. 평소 오후 7시에 저녁 식사,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라면 각각 오후 4시, 오전 4시로 바꾸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