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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조총은 왜 전투마다 '12발'이상 못 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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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조총은 왜 전투마다 '12발'이상 못 쐈을까? 영화 '알라트리스테'의 로크루아 전투 장면에 등장하는 화승총부대 모습.(사진=영화 '알라트리스테' 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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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보통 성경에서 예수의 열 두 제자를 상징하는 '12사도(12 Apostles)'란 단어는 순수하게 종교적인 의미로서의 사도 외에 한가지 의미가 더 있다. 중세시대 말기에 주요 무기로 쓰였던 화승총(火繩銃), 즉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 흔히 조총(鳥銃)이라 부르는 총기의 탄약을 '12사도'라고 불렀다. 한 전투마다 병사들에게 보통 12발을 지급했기 때문에 '12사도'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그나마 12발 다 주는 경우도 드물어서 보통 많아야 10발, 적으면 5~6발을 주기도 했다.

자동소총을 사용하는 오늘날에는 12발은 정말 눈깜짝할새 소진될 숫자지만, 조총을 쏘던 시기엔 12발이나 쏘는 전투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보통 5발 이상 쏠 일이 있으면 격렬한 전투로 기록될 정도였다. 19세기 중엽, 후장식 소총이 나오기 전까지 탄약은 주요 전투에서 한두번 쏘는 수준이었으며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때만해도 아예 총 한발도 안쏘고 끝나는 전투도 꽤 있었다. 그러다보니 탄약이 부족한 전투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조총은 왜 전투마다 '12발'이상 못 쐈을까? 17세기 화승총 부대 병사의 모습. 옷에 주렁주렁 매달린 통은 탄환과 화약을 넣어놓은 카트리지로 보통 12개를 줬기 때문에 12사도라고 불렀다.(사진=위키피디아)

12발로 전투 하나를 책임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총기의 운용이 제한적인 시대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 장전하는데 2분, 숙련돼도 1분 정도는 걸리는 전장식 총기들의 경우엔 전투에서 총을 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특히 기병과의 전투에서는 이 정도가 훨씬 심했다. 1분에 800m 정도를 주파하는 기병대와 마주치면, 조총부대가 통제된 사격을 통해 제대로 화망을 구축해서 일제사격을 한다해도 적에게 가할 수 있는 총격 기회는 1번 밖에 없었다. 첫번째 사격 때 많이 맞히지 못하면 오히려 기병대에 전열이 무너져 전멸을 면키 힘들었다.


이러한 조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전투가 병자호란 당시 조선군이 참패한 전투로 알려진 '쌍령(雙嶺)전투'다. 당시 남한산성에 고립된 인조와 중앙군을 구조하고자 경상좌도절도사였던 허완(許完) 장군이 1만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북상, 경기도 광주(廣州)의 쌍령 일대에서 청군 300여기와 맞서 싸웠다. 그러나 사격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력한 청나라 기병대가 빠른 속도로 진영에 들이닥치자, 그대로 참패했다. 당시 조선군도 병사당 10발 정도의 탄약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조총은 왜 전투마다 '12발'이상 못 쐈을까? 병자호란의 주요 전투 중에서도 사격 통제가 제대로 이뤄진 광교산 전투나 김화전투는 승리할 수 있었으나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쌍령전투는 패배로 끝났다.(사진=영화 '남한산성' 장면 캡쳐)


당시 전장식 총기의 경우엔, 이처럼 느린 사격속도도 문제였지만 무기 비용도 문제였다. 당시 흑색화약은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었고 총알 또한 납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서양에서 화승총 탄약을 12발 기본으로 병사들에게 준 이유는 1파운드의 납으로 35그램(g)짜리 납탄환을 12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이상 지급하는 것은 아직 국가예산이나 총력전이란 개념이 전무했던 전 근대시대 국가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탄약은 보통 납탄과 일정 화약을 나무통에 넣어서 12개 카트리지를 만들어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는데, 이것이 훗날 탄창의 원형이 됐다. 화약까지 카트리지로 나눈 것은 사격속도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런 화승총은 화약을 너무 많이 넣으면 총기가 폭발해 밀집한 보병대열을 무너뜨리는 자폭장치가 될 위험이 있고, 너무 적게 넣으면 탄알이 아예 발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일정량을 배분할 수밖에 없었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조총은 왜 전투마다 '12발'이상 못 쐈을까?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 레드코트를 재현한 모습. 레드코트는 18세기 당시에는 거의 유일하게 실탄훈련을 받은 군대로 사격술이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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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투에 쓸 탄약도 12발 밖에 안주는 상황에서 사격훈련이란 정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가뜩이나 유효사거리가 기껏해야 80m 안팎인 화승총의 경우엔 정말 단거리에서 일제사격 하는 것 외에는 큰 효과를 볼 방법이 없었다. 19세기 초반까지 대부분 나라에서 총기훈련이란 나무총으로 하거나 납탄환 대신 나무조각이나 돌조각을 넣고 쏘기도 했으며 그나마 제대로 총알을 넣고 훈련을 받은 군대는 영국 육군인 레드코트(Red coat) 정도였다.


19세기 중엽 이후, 후장식 소총과 기관총 등의 발명으로 12발 정도로는 전장에서 1분도 버티기 힘든 환경으로 변하면서 전쟁은 더 이상 우수한 전술의 싸움이 아닌, 누가 더 오랫동안 탄약과 식량을 댈 수 있는지 겨루는 국가총력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12사도로 승부를 보던 화승총 시절 이야기는 완전히 동화 속 이야기처럼 변하고 말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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