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퇴임 협상 과정에서 면책을 보장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은 짐바브웨군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 대해서도 면책을 얻어냈으며, 신변 보장 외에도 상당한 연금 역시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무가베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들이 짐바브웨에서 하는 사업들도 건들지 말아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무가베 전 대통령은 짐바브웨에서 죽고 싶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군부는 무가베 전 대통령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상당한 재산이 숨겨질 것으로 추정되는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으로의 망명을 그에게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협상의 상당 부분은 가족에 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무가베 전 대통령뿐 아니라 의붓아들, 조카 심지어 군부가 체포한 측근들까지도 면책이 적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군부는 쿠데타 당시 무가베 전 대통령 거처로 도망 왔던 그레이스 무가베 측근에 대해서까지 안전통행증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37년간 독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가베 전 대통령은 짐바브웨에서 여전히 상당한 존경을 얻고 있다. 가디언은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많은 시민은 무가베 전 대통령에 대해 기소되거나 해외로 망명하기보다는 "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짐바브웨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 관계자는 "무가베 전 대통령은 과거 우리의 대통령이었고, 사임에 동의했다"면서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관대한 처우가 짐바브웨인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 치하에서 짐바브웨 국민은 빈곤에 허덕였으며, 야당 역시 수십 년간 억압받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무가베 전 대통령은 그동안 짐바브웨나 해외에 재산이 없다고 밝혔지만, 많은 사람은 그의 집안이 국내외에 방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디언은 무가베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TV 대국민 연설에서 많은 사람의 예상과 달리 사임을 하지 않았던 것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무가베 전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진행됐을 때가 되어서야, 집권당이 더는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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