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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적폐청산 발목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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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 낸 촛불 집회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2월쯤이다. 대통령 측근 비리, 비선실세의 부정부패ㆍ이권개입 정도로만 알려졌던 사건의 내막은 막상 들춰내고 보니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적폐'라는 표현을 즐겨 쓴 건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적폐의 장본인 박 전 대통령이었다. 집권 중반기였던 2015년 박 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깨끗하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오랫동안 쌓여온 적폐를 해소하는 일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듬해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과거의 적폐가 경제활력의 걸림돌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한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계속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적폐가 잔뜩 쌓여 있는데 돈을 쏟아 붓는다고 피와 살로 가겠냐라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적폐 발언을 꺼내기 시작한 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다. 당시 그는 '국가 개조'를 통해 그동안의 적폐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언론은 이를 관료사회의 적폐와 전쟁을 선포했다고까지 표현했다. 박 전 대통령은 관료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공무원의 관(官)피아, 철밥통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정권의 중요한 고비마다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앞에서는 전반적인 개혁방안 마련을 강도 높게 주문했지만 정작 본인은 적폐의 컨트롤 타워였다. 본인의 청와대 참모와 수석, 장관들은 물론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장들이 모두 구속될 상황에 놓인 상황은 비선(秘線), 실선(實線)을 가리지 않는 적폐 정부였다는 입증이기도 하다.


최근 검찰 수사에 국정원 개혁 작업이 더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적폐 의혹도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보복이니 과거 속에서의 함몰이니 하는 반발도 나온다.


급기야 '관계자'라는 연막 뒤에 숨어 "노무현 정부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광복 이후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은 대한민국의 뼈아픈 역사적 과오였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전개되고 있는 지금의 적폐 청산 역시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


칼을 쥔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 정신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훗날 '적폐청산'이 아닌 '정적청산'이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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