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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빠진 故 이병철 회장 30주기…빛바랜 삼성 반도체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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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경제에 '호암정신' 필요한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원다라 기자]1986년 미국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일본 NEC에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인텔은 D램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3년 앞선 1983년 반도체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1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호암 고(故) 이병철 회장(사진)이 타계한 뒤 1987년 회장직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자"는 임원들의 의견에 오히려 야단을 쳤다. 1988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흑자로 전환했고, 그로부터 29년 만인 2017년 마침내 인텔을 누르고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아들, 손자 빠진 호암 30주기… 빛바랜 반도체 신화= 반도체 하나로 한국 재계사의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호암의 30주기 행사가 17일 진행된다. 사상 최대 실적, 30주기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최소 규모로 간소하게 치러진다. 3세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탓이다.

삼성 관계자는 "재계 역사에 의미가 깊은 날이지만 추도식을 주도할 이 부회장이 부재 중인 만큼 사장단이 참석해 선대 회장의 뜻을 기리는 정도로 간소하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일인 19일이 휴일인 만큼 금요일인 17일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년 전 호암의 10주기 행사에는 당시 국민회의 대통령 후보였던 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정ㆍ관ㆍ재계 인사와 외교 사절단이 참석했다. 추모음악회와 전시회, 세미나, 어록 발간 등 다양한 기념행사도 열렸다.


20주기였던 2007년에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사건 여파로 일부 계열사 임원만 참석한 채 조용하게 진행됐다. 그 무렵 호암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의 개정판 출판을 검토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30주기에 앞서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에 삼성그룹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병상에 누워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던 이 부회장은 영어의 몸이 됐다. 사상 최대의 반도체 실적에도 불구하고 짙은 그림자가 '삼성'이라는 두 글자에 드리워진 꼴이다. 씁쓸한 분위기는 삼성의 정신을 기리는 기념 사업까지 뒤덮었다.


◆삼성 정신 기리는 기념관, 정부 눈치 보느라 개관도 못해= 호암이 창업해 오늘날의 삼성을 일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제일모직 기념관과 삼성상회는 건물 복원을 마쳤지만 개관을 미루고 있다.


최순실 사태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엮이면서 기념 사업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삼성은 국내 벤처 생태계 육성을 위해 900억원을 투자해 옛 제일모직 부지 일대에 3만6574㎡ 규모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관했다.


과거 제일모직 터에는 제일모직 기념관이 들어섰다. 삼성그룹의 모태 삼성상회도 당시 고증을 통해 복원했다.


센터 관계자는 "삼성의 역사가 시작된 두 기념관은 역사적 의의가 큰 공간이지만 개관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로 개관 시기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암은 1938년 3월22일 삼성상회를 설립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북지역 특산품인 청과물과 건어물을 만주에 내다 팔았다. 중계무역으로 사업을 일으킨 호암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식품과 섬유사업을 시작해 삼성그룹의 초석을 쌓았다.


이후 중화학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호암은 1980년대 당시 최첨단 산업이던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이념으로 사업을 일으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기치를 내걸었다.


호암의 염원이 담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우리나라 수출 산업의 일등공신이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비중 역시 16.4%를 기록해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삼성 창립 80주년…재평가 목소리= 내년이면 삼성그룹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반도체 사업을 일으켜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로 일군 호암과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일가의 도전정신이 재평가돼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 획을 그은 삼성그룹에 대한 평가와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과(過)를 따지되 공(功)을 제대로 인정해줘야만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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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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