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오늘날 개는 숱한 동물보호단체의 비난 속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실험동물 중 하나로 여겨진다. 사람과 1만4000년 이상 같이 지내는 동안, 거의 한 식구처럼 분류돼왔고 그런 인류의 '친구'를 실험용으로 쓰는 것에 대한 반감은 과거나 지금이나 매우 크다.
이런 개를 동물실험용으로 끌고 온 사람은 보통 '조건반사'란 용어로 유명한 파블로프 박사였다.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 박사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생리학 박사로 그가 발견한 조건반사와 무조건반사는 흔히 '파블로프의 개'로 알려져있다. 먹이를 주기 전부터 개가 침을 흘리는 것을 보고 실험에 나섰다고만 알려져있지만, 그 실험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개의 턱에 구멍을 내서 살아있는 개의 타액이 밖으로 나오도록 한 뒤에 이 양을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실험이 끝난 개는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리가 없었다. 파블로프 박사는 이 실험 외에도 소화작용, 신경계, 인슐린, 내분비계 등을 발견하기 위해 수많은 개를 죽이고 해부했다. 파블로프의 개는 한마리가 희생된 것이 아니라 700마리가 희생됐다. 파블로프 박사는 노년에 "내 실험에 희생된 700마리의 강아지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며 자신이 느낀 죄책감에 대해 토로한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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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개는 동물실험에서의 유용성이 확인되면서 각종 동물실험에 엄청난 숫자가 쓰였다. 미국과 구소련간 냉전시기에는 유인우주선 연구에 활발히 활용됐다. 세계 최초로 우주에 올라갔던 개, 라이카가 보통 알려져있지만 우주개발에 희생된 구 소련의 강아지는 라이카를 포함해 5마리에 이른다.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르고, 훈련을 착실히 받는다는 장점으로 인해 수많은 개들이 실험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런 실험동물로서 개의 희생은 비단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특히 사람을 잘 따르고 고통을 잘 참는 것으로 알려진 비글 종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각종 연구에 흔히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만도 지난 15년간 실험에 사용된 비글 개체는 15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평균 30여마리가 죽거나 폐기처분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용 비글 수는 9967마리였다. 전체 동물 실험의 94%가 넘는 수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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