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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번호 413'서 백범 김구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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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의 책피카]대장 김창수


국모 원수 갚고자 왜인 살해해 감옥 간 청년 김창수
감옥서 사상 넓히고 백범 김구로 위인 되는 과정 그려

'수감번호 413'서 백범 김구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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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감옥에는 이름이 없다. 수인번호만 존재한다. 이름은 인간만 가질 수 있다. 시간도 그렇다. 죄수에겐 시간을 마음껏 쓸 자유가 없다.

소설 '대장 김창수'에서 작가 이원태, 김탁환은 죄수를 이렇게 표현한다. 간수 이영달을 빌려 "아비가 종이었든 양반이었든 감옥소에선 쓸데없다. 오늘부터 짐승이 되었고 영영 짐승으로 살다가 뒈진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라고. 1890년대 후반 감옥에서는 인간이 아닌 짐승 취급을 받았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감옥은 소설의 주요 무대다. 우리가 잘 아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이 청년 시절, 그가 김창수이던 때 감옥에 갇혀 범인에서 위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렸다.


수감번호 413. 감옥에서 그는 이렇게 불렸다. 그는 감옥소 '구(九)'호실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간수 이영달에 살이 찢어져라 맞았다. 다른 죄수들에게도 구타를 당한다. 꼿꼿한 성정은 매를 더 불렀다. 감옥에서는 감옥소장, 간수들이 곧 법이었고 폭행이 횡행했다.


413이 당당했던 이유는 죄가 없다 여겼기 때문이다. 1896년 3월9일 만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동학 접주로, 의병장으로 활약한 청년 김창수는 황해도 안악 바닷가에 있는 치하포 객주에서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를 죽였다. 그리고 "국모보수(國母報讐)의 목적으로 이 왜인을 죽이노라"고 포고문을 썼다. 주소도 남겼다.


"나 김창수는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왜인을 죽인 것이 아니오. 조선의 수치를 씻기 위해 왜인을 죽였소.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의병을 떠올려 보시오. 나는 옳은 일을 했고 죄가 없으니 달아나지 않고 내 집에서 기다린 것이오."


그가 죽인 왜인이 명성황후를 죽였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굳이 변장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 조선인처럼 변장하고 칼까지 감추고 있던 그를 국모를 살해한 공범, 또는 국가와 민족의 독버섯이라 생각했다.


감옥에 가 고통을 받던 그에게 비수 같은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온다. "투견처럼 살지 마라. 사람이 사람을 무는 법은 없어. 사람 대접을 해 줘라. 네가 그들을 간수의 개로 취급하면 너도 똑같이 개 취급을 받을 뿐이야. 아기 접주 김창수가 어떻게 교세를 넓혔는지 잊지 마. 황해도에서 한 일을 감옥에선 왜 못할까?"


이후 그는 사람을 하늘같이 받들겠다는 신념을 굳히고 실천에 나선다. 감옥 사람들에 동화되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억울한 사연을 담아 '대서'로 무죄 판결도 받아낸다. 죄수들은 어느새 김창수 편에 서게 된다. 감옥을 학교로 만드는 변화도 이끈다.


그는 사형수였다. "조선인이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적군을 죽인 것인데 그게 죄가 되느냐"는 그였지만 나라는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사형장까지 끌려갔다가 집행되기 직전 사형을 중지하라는 고종의 어보가 날아들어 목숨을 부지하고 미결수로 감옥 생활을 하게 됐다. 감옥에서 그는 외국의 일을 보며 새 사상을 접하기도 한다. 프랑스 혁명을 다룬 '태서신사'를 읽은 그의 생각은 하염없이 번져 나간다.


"나라마다 왕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있는 경우에도 그 지위가 다양하고 왕이라고 해도 법을 어기고 민심을 어지럽히면 극단적인 경우엔 목숨까지 잃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조선의 왕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면?"


'백범일지'를 엮은 역사학자 도진순 창원대 교수는 '치하포 사건'을 백범 김구의 제 1의 '역사적 찰나'라고 규정했다. "청년 김창수는 이 사건으로 고종의 주목을 받는 스타 죄수가 되기도 하였지만 근 2년간의 감옥살이, 사형 문턱에서의 집행 정지, 탈옥, 승려ㆍ기독교인으로의 변신 등 파란만장한 시련기를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1898년 3월 23세의 김창수는 탈옥해 신분을 감추고 살면서 1900년에 김구(金龜), 1912년에는 지금의 이름 김구(金九)로 개명했다. 역사적 찰나가 작가의 상상력과 문장력으로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최근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서는 감옥소장 강형식이 주요 인물이다. 반면 책에서는 간수 이영달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핵심 인물이다. 영화와 비교해가며 읽는 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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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번호 413'서 백범 김구가 되기까지


대장 김창수, 김탁환·이원태 지음, 돌베개, 1만4500원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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