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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리더 인터뷰⑤]"맘(엄마)과 맘(마음)이 편한 세상, 작은 것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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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리더 인터뷰⑤]"맘(엄마)과 맘(마음)이 편한 세상, 작은 것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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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여성리더스포럼 프런티어6기 연속인터뷰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
워킹맘-베이비시터 찰떡궁합 연결에 보람…"이 미소 절로 나오네요"
女패션 의사결정 男임원이…육아휴직 후 돌아오지 않는 선배 '심각성' 깨달아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도로 위를 달리는데 길을 막은 큰 돌덩이와 마주 한다면?" 대부분은 차를 돌려 다른 길을 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돌덩이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돌덩이를 빨리 치워주지 않는 정부를 탓할 수도 있다.


똑 떨어지는 비유는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 문제는 인생, 그중에서도 '커리어 형성' 과정에서 만나는 돌덩이와 같다. 많은 여성이 출산·육아 문제와 맞물려 자의든 타의든 커리어 방향을 튼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30)는 특이한 선택을 했다. 돌덩이와 마주할 것을 직감했을 때 그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 작은 망치 하나를 준비했다. 돌아가거나 사회를 원망하는 대신 돌을 조금씩 부숴 길을 트는 일을 업으로 삼은 것이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부모와 베이비시터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맘시터'가 그 망치질의 시작이다. 올해 나이 서른. 누군가의 인생에 길잡이가 되기엔 아직 어린 그녀가 '아시아 여성 리더스포럼' 멘토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리더 인터뷰⑤]"맘(엄마)과 맘(마음)이 편한 세상, 작은 것부터 시작"


◆그녀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처음부터 사업을 목표로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정 대표도 그랬다. 두 번의 직장생활을 거치며 숱한 밤을 고민하고 연구해 "그래, 내가 직접 해 보자"는 결론을 낸 경우다.


정 대표는 학생 때까지만 해도 '여자'라서 고민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대학교에서 100명 중 8명이 여학생인 '공대' 환경을 경험했지만 남녀 차이가 제약을 만들지 않았다. 모두 함께 공부하는 동료였고 경쟁자였다.


오히려 여자로서의 강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산업공학과 특성상 토론이나 발표 위주의 수업이 많았는데, 이 부분에선 여학생들이 더 강세였다. 과내 성적우수자 10위 안에 절반 정도는 여자였을 정도였다. 정 대표는 "여자로서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체력 등 약점을 커버하면 경쟁에서 뒤지는 일 없이 유리천장 등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직장인 보스턴컨설팅그룹도 남녀평등을 강조한 회사였다. '우먼 이니셔티브(Women's Initiative)'를 도입해 여성들끼리 업무경험을 공유하는 등 여성 커리어를 오히려 지원해 주는 회사였다. 여성의 입사 비율 역시 50%가량 됐다. 그러나 2년여 컨설팅 업무를 하며 생각이 많아졌다. 입사자의 50%가 여성이었지만 능력과 관계없이 중간에 나가는 여자 선배가 많았다. 부사장까지 승진하는 이 역시 여자는 많지 않았다.


존경하는 선배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게 결정타였다. 많은 후배들이 따르던 파트너급 여자 선배가 더없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업무에 대한 조언을 이어가다 "아이와는 잘 지내시냐"는 질문을 받자 전에 본적 없던 자신 없는 태도와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던 것이다. 그 선배는 "아이는 내 아킬레스건"이라고 했다.


결국은 출산과 육아였다. 정 대표는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는 게 여성이고 아이를 돌보는 일 역시 이와 맞물려 여성의 역할이 컸다"며 "선배 경험담을 들으며 내 미래를 그려봤을 때 이대로는 내가 꿈꾸던 미래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정 대표의 꿈은 '일과 가정을 둘 다 지키는 멋진 커리어우먼이자 엄마'였다.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으로 이직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 대표는 "패션 사업은 여성의 감과 여성 고객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부문이어서 임원 등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여성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남성인 점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직장 동료들이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떠난 다음 돌아오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라는데, 일과 가정의 만족스러운 양립은 불가능한 걸까. 나처럼 느껴온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 20년 전, 10년 전과는 상황이 바뀌고 있는 걸까. 10년 후, 20년 후에는 바뀐다고 기대해도 될까. 결론은 아니었다. 정 대표는 "여성들의 개인적인 희생으로 이 사회가 굴러가는 게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면 나라도 나서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여성리더 인터뷰⑤]"맘(엄마)과 맘(마음)이 편한 세상, 작은 것부터 시작"


◆"여잔데 되겠어? 나중에 애 키울 건데?" 스스로 가두지 말길= 정 대표는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여자이기 때문에 자신없어하고 움츠러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전과 비교해 여성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부딪히는 벽은 사회나 선배들이 조금씩 해결해 가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치열한 고민과 준비가 동반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 대표는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해 고민이 한창일 때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에 스터디를 했다. 관련 논문을 찾아 읽고 TV 다큐멘터리, 신문기사 등도 빼놓지 않고 챙겼다. 육아정책연구소를 찾아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다. 여성의 사회생활과 출산·육아 간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집단이나 개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고, 나라도 뭔가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정 대표는 "공부를 하면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크단 걸 알았고 답답했다. 나 혼자야 어떻게든 또 해결방법을 찾겠지만 동료나 후배, 다음 세대가 힘들어하는 걸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것인가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결국 국가와 기업·선배·동료 등을 탓하는 삶 대신, 미래가 보장되진 않았지만 상황을 바꿔보려는 작은 움직임을 시작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고민과 연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고 공무원으로 관련 정책을 다룰 수도 있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선택해 법안 발의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뭔가를 바꾸고 움직이기에 시간이 걸렸다. 혼자 힘으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사업이다.


실제 육아를 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무엇이 해결돼야 육아부담이 줄어드는지 정보를 모았다. 가입 가능한 '맘카페'를 모조리 가입해 하루 두세 시간은 항상 모니터링했다. '소개팅'보다 힘든 미팅 과정을 통해 동업자를 구했고 3명이 돈을 모아 맘시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응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상황이다.


정 대표는 맘시터 서비스를 통해 '여성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워킹맘을 전업주부가 도와주고, 전업주부도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많은 여성이 좌절이 아닌 꿈과 희망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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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2011년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2011~2014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2014~2016년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빅데이터팀 ▲2016년~ ㈜맘편한세상 대표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문호남 기자 munon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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