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최형진 기자]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천송이 코트 발언은 중국 소비자들이 공인인증서로 인해 국내 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일컫는다. 금융 당국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폐지했다.
26일 JTBC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우병우 민정수석실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이 잘못됐다는 기사의 후속보도를 차단시키고 해당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지시가 담겼다.
2014년 3월 박 전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 출연해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드라마 속 의상을 사기 위해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공인인증서 폐지안을 내놨지만, 박 대통령은 7월24일에도 “천송이 코트 대책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며 “중국 등과 같이 우리도 온라인 시장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면 외국 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나흘 뒤 금융위는 결제대행업체에 카드 고객 핵심 정보를 넘겨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천송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금융당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박 전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 발언을 한 2014년 3월에도 중국 쇼핑객들이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겸용 카드를 활용하면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반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보고조차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당시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로 30만원 이상 물품을 구매할 경우 공인인증서라는 본인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는 국내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 등에 적용될 뿐 해외 카드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중국인들이 현지에서 한국사이트에 접속해 직접구매할 때 대부분 비자카드 등을 사용하므로 공인인증서 의무 대상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천송이 코드’로 알려진 옷은 상당수가 30만원 미만이어서 공인인증서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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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는 법적 대응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청와대의 지침대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대통령이 발언할 당시 해외카드사나 해외카드결제업체는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인증 절차를 요구하는 국내 관련법령이 적용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와 관련 기사에 대한 반론보도 청구를 모두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형진 기자 rpg45665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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