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중생 살인 혐의 '어금니아빠' 세번째 조사

시신 유기 함께한 딸 진술 기대

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10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어금니 아빠' 이모(35)씨의 여중생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사흘째 이어진다. 그동안 조사에서는 핵심 피의자인 이씨 부녀가 혐의를 부인하거나 횡설수설해 진전이 없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등을 토대로 이모씨의 살인혐의에 대한 집중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씨와 이씨의 딸(14)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집에서 딸의 친구인 김모(14)양을 살해한 뒤 강원도 영월의 야산에 시신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유의미한 진술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거 당일인 지난 5일에는 이씨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나와 횡설수설하는 관계로 조사는 불가능했다.

8일 이뤄진 1차 조사에서 이씨는 대화가 불가능해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조사에 임했다. 9일 2차 조사에서는 어눌하긴 했으나 의사표현은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사건 실체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이씨는 "2~3일만 시간을 주면 얘기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씨는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할 뿐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자살하려고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피해자 김양이) 잘못 먹어 숨진 사고"라며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 딸에게서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풀 핵심 진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씨의 시신 유기 과정에 딸이 가담했을 뿐 아니라 도주 과정까지 함께했기 때문이다.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후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은 이씨 딸은 "피곤하다"거나 "쉬고싶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양의 사인이 끈에 의한 교사로 추정된다는 국과수의 부검 소견과 CC(폐쇄회로)TV 영상을 토대로 이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이씨의 딸의 건강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2차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씨 부녀는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종양이 자라는 희소병인 '유전성 거대 백악질'을 앓고 있다. 이씨는 딸을 극진히 돌본 사연으로 10여 년 전 수차례 언론에 소개됐으며 딸 수술비 명목으로 모금활동을 했다. 경찰은 이씨가 일정한 직업 없이 후원금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