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자제" 목소리 커져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말폭탄' 공세에 대해 미국 내부와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7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우려되는 것은 당장 벌어지고 있는 수사학적인 총격전"이라면서 "내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발언 시 흥분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도 지난 26일 "오랫동안 북한을 지켜봤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명의의)성명 발표는 전례가 없던 일로 김정은이 매우 개인적으로 이 사안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조롱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옵션을 제한하게 된다. 김정은으로선 국내적 이유에서라도 퇴각할 수 없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MSNBC에 출연해 "세계 자유 진영의 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같은 불량배(bully)와 치고받기를 하면서 무대를 깔아주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NYT)도 이같은 분위기를 거들고 나섰다. NYT는 지난 24일 북한 문제에 정통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호전적 표현은 도움이 안된다. 개인 원한과 허세가 핵 대치를 촉발할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보좌관들조차 '로켓맨' 수사가 크게 위험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의 언론도 김정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 공세를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27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풋볼 선수들을 공격하듯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수주 내 공격할 생각이 없다면 이런 식으로 위협을 높이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즈는 "긴장 격화는 전쟁을 유발하고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면서 "양측 모두 물러나 도발적인 위협을 주고받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26일 사설에서 "미국이 정권 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다른 나라의 정상에게 '오래가지 않을 것', '완전 파괴'라고 위협한 것은 결코 웃을 만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이를 선전포고로 묘사하고, 미 전략 폭격기를 격추하겠다고 위협한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보도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이제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라고 조언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이제 말싸움의 끝단계에 왔고, 결론을 내야할 임계점에 도달했다는데 있다"면서 "(미국은) 비핵화 정책을 포기하고 헤드라인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여러가지가 결합된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은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출구전략 모색에 들어가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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