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시작된 곳
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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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
물결에나
실려 올까
그 얼굴 그 입술이
한 생애
불어오는 건
바람 아닌 그리움
■가을이다. 가을이긴 한데 아직 앳된 가을이라 단풍은 드문드문 수줍기만 하고 물가엔 소금쟁이 여전하다. 그래도 가을이라 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바람이 선선하다. 가만히 가을바람을 마중하고 있자면 어디였었는지 언제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바람결을 만난 적이 있었다 싶다. 할머니 손을 꼬옥 잡고 뻥튀기 사러 가던 길이었을까, 아니면 교회 담벼락에 얼레리꼴레리 낙서하다 골목길로 도망가던 때였을까, 혹시 이쁜 내 짝궁 옆얼굴 보며 걷다가 콰당 엎어졌을 때 까진 무릎 안고 울까 말까 망설이던 어느 오후였을까. 그래, 그러고 보니 맞구나, 시인의 말이. 지금 내 곁을 지나치는 바람은 "바람 아닌 그리움", "한 생애" 모두가 실린 그런 그리움.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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