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되면 서울시내 호텔 객실 10년 전에 비해 3배 증가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영향으로 호텔 숫자 폭발적 증가
사드배치 논란에 따른 관광객 감소에 공급 과잉까지 겹쳐 과잉공급 심화 전망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국내 호텔 산업이 기로에 섰다. 2020년까지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숫자는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정부시절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기대하고 법을 바꿔 호텔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결과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국내 호텔들은 위기에 직면했다. 다음달 1일 국내 최대 호텔인 '서울드래곤시티'까지 개장하면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호텔 숫자는 373개, 객실은 4만9566실이다.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1년 서울 시내 호텔 148개, 객실 2만5160실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법은 이명박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숙박시설이 부족하다고 판단, 2012년 7월 도입했다. 용적률, 건축물 높이, 주차장 등의 기준 완화로 호텔 허가 받기가 쉬워지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금지하는 등 경제적 보복조치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올해 7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53만명으로 지난해 같인 기간 대비 46.5% 줄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호텔의 타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문제는 북핵 사태 등으로 인해 한ㆍ중관계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과잉이 앞으로 더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호텔 사업계획 승인 등에 따라 향후 3년내 준공 예정인 호텔들이 모두 지어질 경우 서울 시내 호텔 객실은 2011년에 비해 3배 이상 늘게 된다. 향후 3년간(올해 2분기 기준) 서울 시내 준공 예정인 호텔 수는 176개, 객실은 무려 2만6136실이다. 기존 호텔까지 더할 경우 호텔은 549개, 객실은 7만5702실이 된다. 2011년보다 호텔 수는 371%, 객실 숫자는 301%로 폭증하는 것이다.
더욱이 새롭게 호텔들이 지어지는 곳은 대부분 기존 호텔이 밀집한 중구(26개소, 5290실)와 강남(32개소, 4835실), 마포(14개소, 2928실)에 몰려있다. 경쟁 심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인 것.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호텔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사드 논란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이 호텔업계 침체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너무 급속하게 호텔이 늘어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 늘어난 호텔들은 주로 관광호텔들이 많지만, 특급 호텔들도 꾸준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일에는 객실 숫자만 1700실에 달하는 '서울드래곤시티'가 개장한다. 업계에서는 "서울드래곤시티가 객실을 채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서울드래곤시티에는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용산,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서울 용산,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용산 등 4개 호텔이 문을 연다.
20년간 호텔 업계에 종사한 한 관계자는 "호텔은 재고가 없는 산업으로 당장 객실을 채우지 못하면 결국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공급과잉을 우려했다.
변창우 경희대 교수는 "호텔 산업의 호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치, 경제, 국제관계 등 좋아질 가능성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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