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철회 합의 10시간 만에 번복… 학부모들 "어이 없고 황당"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휴업 철회 소식 듣고 마음 놓고 잤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앞이 캄캄하네요"
서울 마포구의 정모(37)씨는 다음 주 월요일 출근에 비상이 걸렸다. 정 씨는 "휴업 철회 소식을 듣고 한 숨 돌렸지만 토요일 아침부터 날벼락"이라며 "교육청의 임시돌봄서비스도 신청해 놓지 않았는데 급하게 휴가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휴업 철회 발표를 10시간 만에 뒤집으며 휴업을 강행하기로 결정하자 학부모를 비롯해 각계에선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신창환(38)씨는 "뒤늦게까지 마음 졸이며 휴업 철회를 기다렸고, 합의가 성사돼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경우는 완벽한 '뒤통수'"라고 분노했다. 신 씨는 "어제 간담회에서도 학부모를 향한 진정성있는 사과는 없었다고 들었다"며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유아교육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며 교육자를 '사칭'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자회견 당시 한유총은 오히려 학부모들도 휴업을 지지했다며 다소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이희석 한유총 수석부이사장은 "우리 유치원 학부모들은 이번 휴업에 반발하지 않고 오히려 동참하려 들었다"며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의 원장과 이사장의 투자와 노력 믿지만 학무보들의 아픔 고려해 휴업을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들도 일제히 비판팼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사립유치원들의 휴업은 어떻게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결국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휴업에 대한 합의를 이토록 손쉽게 뒤집는 것은 이들의 유아교육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교육부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알고 무게감있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갈등조정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교육당국 입장에서 휴업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사립유치원들의 결정을 비판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이번 휴업은 노동자의 권리 확보, 약자로서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다른 파업과 다르다"라며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강행하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아교육은 공교육의 영역이다"라며 "공교육 영역에서 끝까지 사적 이윤을 추구한다면 차라리 이참에 폐업하고 적극적인 공립화를 하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5일 한유총은 교육부와 휴업을 철회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날 오전 3시께 교육부가 합의를 파기했다며 합의 약 10시간 만에 휴업 철회를 발표했다.
한편 휴업 철회에 따라 한유총은 오는 18일과 추석 연휴 전 주인 오는 25~29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6일 간 휴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 4291개 사립유치원 중 오는 18일 휴업에 참여하는 유치원은 전체 55% 수준(2400여곳)으로 알려졌다.
한유총은 앞서 지난 8일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40%까지 확대 정책 반대 ▲누리과정 지원금 확대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 ▲사립유치원 시설에 대한 사용료 인정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감사 확대를 적극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달부터 유치원에 대한 회계 감사를 비영리기관인 학교법인과 같은 기준으로 하도록 강화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한유총은 재산권과 작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로 판단, 헌법 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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