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이설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4일 "한국에 보수 우파를 괴멸시킨 책임을 물어서 세 분(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당을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연세대에서 가진 특강에서 '자유한국당은 젊은층에게 외면받고 있는데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안 정당이 되려면 제일 처음으로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특히 홍 대표는 "그분들한테 묶여서 같이 도매급으로 좌절하기는 어렵다"면서 친박계와 선을 긋는 발언을 내놨다.
또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평가해달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지 4개월 정도 됐기 때문에 평가하기 힘들다"면서도 "전술핵 재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잘못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 대표는 "지난 25년 동안 대북 제재와 대화, 제재, 대화로 반복해왔는데 현재 북한은 핵 개발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면서 "특히 핵 개발이 미국을 향한 것으로 보는 것은 참으로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북핵이 용산에 떨어지면 일시에 250만명이 사망하고 후유증으로 죽는 사람이 400만명에 달하는 무서운 무기"라며 "정상적인 국가가 갖고 있으면 견제가 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통제가 안되서 언제 어느 시기에 사고가 일어날 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정부의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수십조원 이상 세금 부담해야 된다. 나는 경남지사로 있을 때 공공기관 일자리 줄이고 그 예산으로 빚을 갚았다"면서 "공무원은 현재 있는 것도 구조조정하는 게 맞고 확대할 필요 없다고 본다. 국민 세금 나눠먹기"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대책에 대해서도 "의료보험 하면 나도 좋겠다. 문제는 나라 예산으로 감당이 되느냐인데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홍 대표 특강에는 연대 사학과 학생 28명이 자리했으며, 홍 대표는 2시간 동안 학생들과 북핵문제를 포함해 일자리, 탄핵 등과 관련해 자유로운 토론을 가지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홍 대표의 여유 속에도 한국당은 난제들이 뒤엉킨 처지에 놓였다. 전날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자진 탈당을 권유키로 결정하는 '3차 혁신안'을 발표, 친박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혁신안은 당 윤리위 심사 이후 최고위원회에서 의결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지만, 홍 대표는 친박계를 의식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나는 내달 중순 이후에 최종 집행 시기를 정하겠다고 미룬 상황이다.
친박계의 반발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현재 구속중인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서, 최 의원의 탈당 권유는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징계가 어렵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홍 대표로써도 물러날 수 없는 승부다. 당내 '박근혜 지우기'를 통해 자신의 체제를 굳히고, 더 나아가 바른정당과 보수통합을 이끌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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