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국제부 기자]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미국이 북핵문제를 풀려면 중국과 미리 담판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포럼 참석차 홍콩을 방문 중인 배넌은 13일(현지시간) 홍콩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배넌은 "미국에서는 군사적 해결책과 관련한 말들이 점점 많아지기도 했으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해 북한과의 잠재적 대화 쪽으로 나아가려는 이들도 역시 있었다"며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우리(미국)가 가장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북한을 두고 중국과 일대일로 교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1월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중 정상회담이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핵 문제를 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넌은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소수의견이었는데 행정부 내에서 그들은 잠재적으로 북한과 모종의 대화를 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며 "그런 대화에는 내가 그냥 양자관계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당사자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계산해야 할 문제라고 답변을 아꼈다.
배넌은 중국이 북한의 고삐를 죄게 하려고 미국이 추가로 쓸 수 있는 압박수단은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에 북서 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들만 이해시키면 된다"며 "나는 중국이 행동을 취하도록 압박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중국과 열린 대화와 논의를 해야만 한다"며 온건한 반응을 내놨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 섬유와 의류 제품 수출 금지 등을 명시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비록 결의안이 미국의 제시한 초안보다는 완화됐지만, 통과 자체는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인물로 지난달까지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활동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전략 폭로, 백인우월주의 두둔 논란 속에 백악관을 떠났으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전날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기관 CLSA 주최 투자자포럼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을 방문하면 시 주석과의 협상을 통해 양국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관련해 풀어나가야 할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양측의 갈등을 해소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양국 모두에게 타격이 클 무역전쟁은 피할 수 있으며, 우리는 반드시 합의에 도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부 기자 i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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