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방송인 김구라, 가수 윤도현, 영화감독 박찬욱, 배우 김민선, 작가 조정래씨를 비롯한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연예계 인사 82명을 ‘좌파’로 분류해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등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한 사실이 11일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이날 산하기구인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 및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검찰에 수사의뢰 등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이 분야별로 작성한 명단에는 문화계는 이외수·조정래·진중권씨 등 6명, 배우 문성근·명계남·김민선씨 등 8명, 영화감독 이창동·박찬욱·봉준호씨 등 52명, 방송인 김미화·김구라·김제동씨 등 8명, 가수 윤도현·신해철·김장훈씨 등 8명이 올랐다.
특히 2009년 7월에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 주도로 문화·연예계 대응을 위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하고 이 조직으로 ‘정부 비판 연예인의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및 소속사 대상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의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로 퇴출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위는 “청와대와 국정원 지휘부는 퇴출을 지시하고 담당부서는 오프라인에서 유관부처 및 기관을 압박하고 온라인에서는 ‘문화·연예계 종북세력’ 대상 심리전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당시 국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종북좌파’로 공격하는 정치 공작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2013년 5월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장의 左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등 2건의 문건을 국정원이 작성했고 심리전 활동도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본부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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