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규모 5.7의 인공지진이 감지돼 핵실험이 맞다면 그동안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 중 폭발위력이 최대규모다.
합참은 "오늘 낮 12시29분께 북한 풍계리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5.7의 인공지진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추정되며 전군에 대북 감시ㆍ경계태세 격상 지시를 하달했으며, 한미 공조 하에 북한군이 동향을 면밀히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군은 이번 인공지진 규모를 5.6에서 5.7로 격상했다. 1차(2006년 10월9일) 때는 규모 3.9(폭발위력 1㏏), 2차(2009년 5월25일) 4.5(3~4㏏), 3차(2013년 2월12일) 4.9(6~7㏏), 4차(2016년 1월6일) 4.8(6㏏), 5차(2016년9월9일) 5.04(10㏏)로 평가됐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수소폭탄(Hydrogen Bomb)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수소폭탄은 쉽게 말해 원자폭탄(Atomic Bomb)보다 한 수 위인 폭탄을 말한다. 인류 최강의 병기로 아직 실전에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다. 그만큼 위력이 클 뿐만 아니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수소폭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원자폭탄의 원리를 이해해야한다. 기술적으로 훨씬 구식인 원자탄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응축시켜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골자다. 우라늄ㆍ플루토늄 내 핵이 연쇄적으로 마구 쪼개지면서 생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해 수천∼수만도의 고온과 충격파를 만드는 것이다. 원자탄은 지금껏 실전에 단 두 번에 쓰였다. 2차 대전 막바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탄이 바로 그 예다.
수소탄은 원자탄보다 원리가 복잡하다. 수소탄에는 기폭장치로 원자탄이 들어간다. 이 원자탄이 터지며 폭탄 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수소탄의 '수소' 명칭은 이때 쓰이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수소의 동위원소이기 때문에 붙었다.
이 핵융합 반응은 에너지가 매우 큰 고속 중성자를 만들고 이어 고속 중성자는 폭탄에 들어간 우라늄 238의 핵분열을 촉발시키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만들어낸다. 즉 '원자탄의 핵분열→핵융합→핵분열'의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수소탄은 이 과정을 반복해 파괴력을 원자탄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다. 수소탄은 1950년대 처음 개발됐지만 지금껏 실제 전쟁에서 쓰인 경우는 아직 없다. 지금껏 수소탄을 무기로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구 소련),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5곳에 불과했다. 이 밖에 수소탄 실험을 시도했거나 무기 보유가 의심되는 국가로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있다.
수소탄은 위력도 가공할만하지만 소형화가 가능해 전략적 가치가 크다. 장거리미사일 탄두로 탑재해 버튼 하나로 먼 곳의 적을 말살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수소탄은 과거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경쟁을 부채질한 '원흉'이 됐다. 대륙을 오가는 핵미사일 소나기에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온전한 수소탄까지는 만들지 못했고 전 단계의 무기인 '증폭 핵분열탄'만 실험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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