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장 3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법원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흑자를 기록한 점을 들어 회사가 주장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달 31일 기아차 노조 2만7424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1조926억원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아차 측은 노조 측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노조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도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통상임금으로 인정을 한다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 근거로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둔 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는 점 ▲같은 기간 매년 약 1조원에서 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69.14%에서 63.70%로 낮아자는 등 경영상태와 매출실적이 나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최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미국의 통상압력 등으로 대내외 영업환경이 나빠진 점에 대해서는 "이에 관한 명확한 증거를 기아차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최근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황은 회복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아차가 투자불능의 상황에 처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78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4%나 감소했다. 2010년 이후 최저 실적이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해 현 회계기준으로 3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법원의 판단이 기업경영과 재무구조, 대내외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내려진 것인지 법원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현재 산업의 문제점과 국가경제 상황에서의 큰 틀이 아닌, 법원이 만든 법리에만 매몰되어 현실을 도외시한 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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