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자국 기업의 과도한 해외 투자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새로운 규제가 오히려 첨단 제조업과 정보기술(IT) 등 특정 분야에서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연관된 해외 투자는 적극 장려하고 있어 이중 잣대 논란을 일으키는 실정이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신랑재경망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8일 부동산이나 엔터테인먼트, 호텔, 스포츠 클럽 등 일부 해외 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내놓는 대신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IT, 제조 설비, 사회기반시설(SOC)과 관련한 투자는 권장하고 나섰다.
이 여파로 다롄완다그룹은 전날 영국 런던의 알짜 부동산을 매입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다롄완다그룹은 영국의 부동산 회사인 빈치 세인트 모드언으로부터 런던 나인 엘름스 지구에 위치한 4만470㎡ 면적의 부지를 4억7000만파운드(약 6900억원)에 사들여 1900채의 주택과 점포, 레저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SCMP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인민은행. 외교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해외투자 방향에 관한 추가 지도 및 규범 지침 의견'은 다롄완다그룹에 무분별한 M&A를 자제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롄완다그룹은 런던 부동산 매입을 포기하는 대신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해외 산업 설비와 IT, 원자재 부문으로 투자처를 옮기기로 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해외 부동산과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등에 집중 투자해 왔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다롄완다그룹뿐 특정 대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는 해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것으로 중국 은행권은 당국의 지시로 이들의 M&A 자금 조달을 위한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등 옥죄기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줄었다.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스포츠 자산에 대한 투자도 79% 급감하는 등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같은 기간 4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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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 당국의 집중 감시 대상 기업은 특정 부문에만 국한됐을 뿐 일대일로 사업에 부합하는 기업 M&A 등은 규제망에서 빠져 있는 데다 오히려 사업 확장의 호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화신에너지가 최근 2년 동안 11개 해외 기업을 사들인 게 하나의 사례다. 대부분이 에너지 관련 기업이었다.
장즈쥔 중국국제과기촉진회 일대일로 사무총장은 "중국 IT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왕융중 중국사회과학원 선임 연구원도 "중국이 첨단 제조업과 IT 등 국가에 이익이 되는 분야로 해외 투자를 분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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