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통상법 301조' 카드로 무역 전쟁 포문을 연 데 대해 중국이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이를 명분 삼아 미국을 반(反)세계화의 주범으로 지적하면서 '포스트 미국'의 강대국 자리를 사실상 중국이 꿰차고 있다는 여론전도 펴고 있다.
허야페이(何亞非)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0일(현지시간)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학자 사이에서 '포스트 미국 시대가 이미 온 것인가. 그렇다면 누가 세계를 이끌 것인가'를 둘러싼 의문이 있었는데 대답은 '예(Yes)'이다. 역사적 전환점은 2008년 월스트리트에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에 게재한 '미국의 세기는 끝났다'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착수에 중국이 일주일째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보다 유리한 여론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도록 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핵심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행위가 만연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 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대목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카드는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 축소 목적보다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과 보복 성격이 짙다는 데 비난의 소지가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의 이번 조사는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국제 무역의 기초 원칙을 허무는 행위로, 일종의 무역 보복 조치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압박용이라는 여론이 대세다.
미국의 의도를 읽은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는 반세계화 조치라면서 무역 보복으로 맞대응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커질 조짐이다.
허 전 부부장은 "미국은 세계화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중국과 여타 개발도상국을 배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제 규칙을 수정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와 한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라면서 "여전히 미국이 군사력이나 경제 등 많은 면에서 초강대국이나 세계 정치·경제·문화·이데올로기 측면의 큰 변화로 인해 미국 세기의 종말은 현실화했고 국제 질서의 조정은 불가피해졌다"면서 '포스트 미국 시대' 주인공은 중국임을 호소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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