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주한미군 철수 거론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거론한 것인데 과연 가능성이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인지 등에 이목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배넌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미국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미국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북한은 과거 핵 동결의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한 바 있다.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이 바라는 것 이상인 셈이다. 당장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유지해온 정책에서 급격한 이탈이며,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배넌의 발언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접경부대를 찾은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외교적, 경제적, 평화적 옵션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본토는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모든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배넌은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서울 시민 1000만 명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방정식을 풀어 보여줄 때까지 군사적 옵션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의 속내는 무엇일까. 그가 본격적으로 대선행보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정책 비전을 담아 출간한 책 '불구가 된 미국'에는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온다. 그는 이 책에 "현재 북한을 바로 두고 있는 한국의 국경에는 2만8500명의 우리의 훌륭한 미군들이 있다. 그들은 매일 위험을 안고 산다. 오직 그들만이 한국을 지켜준다. 그런데 우리는 그 대가로 한국에게서 무엇을 받는가? 그들은 우리에게 상품을 판다. 좋은 이윤을 남기면서 말이다."라고 썼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를 꺼낸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당시 문 대통령에게 "미국은 한미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며 "막대한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만약 미군 주둔을 이유로 무역에서 더 큰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논리라면 그는 이 돈으로 뭘 하려는 것일까. 트럼프는 외교정책의 모든 것은 강한 군대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해왔다. 강한 군대를 만드는 비용에 대해서는 '불구가 된 미국'에 이렇게 썼다. "다른 국가들이 국방을 우리에게 의존한다면, 그 나라들도 우리가 그럴 만한 역량을 갖추도록 기꺼이 도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제공하는 인력과 장비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주한미군 'check']①최측근이 철수 언급, 트럼프의 속내는?
[주한미군 'check']②가장 많을 땐 30만명도 넘어…미군 숫자 왜 달라졌을까
[주한미군 'check']③미군 해외 주둔기지 중 가장 크다…평택 '캠프 험프리' 살펴보니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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