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폭등…제빵·제과 가격 상승 이어질라 '뒤숭숭'
제빵·제과업계 "당장 가격 상승 없지만, 파동 장기화되면 불가피"
영세업체 '폐업'에 내몰려…원가 압박에 가격 인상 단행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15일 전국 모든 3000마리 이상 규모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자 계란을 원재료로 하는 제빵·제과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계란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품 특성상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가격인상을 단행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이 장기화되면서 계란값이 오를대로 오른 상황이여서 원가 압박이 심한 상황이다. 그러나 추석을 앞두고 있어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심할것으로 예상돼 섣불리 가격 인상에 나설수도 없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기준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7595원으로, 1년 전 가격인 5350원보다 2245원이나 비싸다. 1년 사이에 가격이 42%나 오른 것이다.
이처럼 계란값이 오른 것은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쓴 사상 최악의 AI로 국내 전체 산란계(알 낳는 닭)의 36%에 해당하는 2518만 마리가 살처분돼 계란 생산량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AI 발생 전 하루 평균 계란 공급량은 약 4300만 개였지만 지금은 이보다 1300만개 가량 줄어든 3000만개 정도다.
계란 생산기반의 정상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산란계 수는 AI 발생 직전 6900만 마리였는데, 지금은 약 6600만∼6700만 마리 수준이다. 특히 산란율이 떨어지는 노계의 비율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 계란 공급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AI 여파로 계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계란 수급은 더욱 불안해지게 됐다. 현재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이날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계란 수급 불안 현상이 가중되면서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계란 성수기인 추석 시즌이 되면 '계란 대란'이 일어나면서 그야말로 1만원 이상에 달하는 등 '금란'이 예상된다는 것.
이미 AI 피해가 특히 심했던 서울·수도권 지역 소규모 슈퍼마켓과 마트 등 일선 소매점에서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계란값 급등이 제빵·제과 업계의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자와 빵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식품업체들의 경우 '액란(1차로 껍질에서 깬 형태)' 달걀을 72시간 안에 사용하도록 돼 있어서 오래된 달걀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계란은 닭고기와 달리 마땅한 대체제가 없으며 신선도가 중요해 수입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빵·제과 업계에는 당장 현재 계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SPC그룹과 CJ푸드빌은 현재 파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당장의 가격인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과자 가격이라는게 달걀값 하나만 가지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포장재·부자재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며 "때문에 계란 가격 상승이 장기화 될 경우 실적에 영향을 미쳐 가격 인상을 검토해야하겠지만, 지금 당장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세한 동네 빵집이나 디저트 등의 가게 등은 계란 수급에 차질을 겪으면 폐업을 하지 않는 한 원가 부담에 가격인상을 빨리 단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동네 가게를 중심으로 먹거리 연쇄 가격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불안정했던 계란값 폭등이 계속되면서 영세업자들은 '폐업'이란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가격 인상' 카드를 빼내드는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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