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中3부터 달라지는, 2021학년도 수능 뜯어보니…
일부 과목 절대평가 땐 변별력 유지, 재수생 재도전 기회
全과목 전환땐 자격고사화, 학종 확대 내신경쟁 치열해질 듯
통합사회·과학 신설, 선택과목은 1개만…한국사 필수 응시
제2외국어도 절대평가 적용…EBS 연계 유지·축소가 관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은 단계적 절대평가 전환(제1안)이든 전면적인 절대평가 전환(제2안)이든 현행 대입 제도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이 개편안이 적용되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학교 현장에서도 절대평가화로 인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예측'만 할 뿐이다.
◆새 교육과정 맞춰 공통과목 추가= 2021학년도 수능 시험 과목에는 '통합사회·통학과학'이 신설된다. 내년에 고1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모든 학생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목을 배우게 되는 데 따른 조치다.
대신 기존의 사회탐구·과학탐구와 같은 선택 과목은 기존에 최대 2개 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을 1개 과목 선택으로 줄였다.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등과 함께 최대 7과목까지 수능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수능 출제범위는 기본적으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상의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이 된다. 한국사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필수적으로 응시해야 한다.
수학의 경우 현재와 같이 가형·나형으로 분리해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 희망 진학계열 등을 고려, 선택해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문·이과 구분 없는 융·복합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수학을 통합해 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진학하고자 하는 분야의 학습 요구도에 따라 응시가 가능하도록 분리 출제해야 새 교육과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다만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된 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지구과학Ⅱ와 같은 과학Ⅱ 과목은 출제범위에서 제외했다. 직업탐구 영역은 일반고와 특성화고 간 교육과정 차이를 고려해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기존 10과목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반영한 '성공적인 직업생활'이라는 전문공통과목 하나로 통합해 출제한다.
이밖에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세계화·다문화 시대에 제2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고려해 유지하되, 절대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2외국어 학습을 충분히 하지 않은 학생들이 상대평가에서 높은 상대등급을 받기 위해 아랍어 등으로 몰리는 왜곡된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기대다.
◆절대평가 도입 범위는 공론화 거쳐 결정= 절대평가 적용 과목은 일부 과목 또는 전 과목으로 확대된다. 교육부의 제1안은 기존 절대평가화된 한국사와 올해 첫 절대평가 적용을 받는 영어에 이어 통합사회·통합과학과 제2외국어·한문 과목까지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화하면 그나마 현재의 수능 체제에 변화를 적게 줘 대입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국어, 수학, 탐구 영역에서 기존의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가 미흡한 학생, 또는 재수생이 재도전할 기획도 확보할 수 있다. 현직 고교 교사들 입장에서도 기존 수능과 유사하게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할 수 있고, 대학 역시 기존 학생 선발방식을 유지할 여지가 있게 된다.
다만 제1안의 경우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은 여전히 상대평가 체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과목으로 점수 경쟁이 쏠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시제도를 둘러싼 교육계의 혼란과 찬반 갈등도 계속될 수 있다.
반면 제2안은 수능 7개 과목 모두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수능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학교 수업도 학생들의 희망·진로에 따른 학습으로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참여 수업, 과정중심평가 등이 활발해질 수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수능이 '자격고사화'돼 대입전형 체계 전반에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어 대입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점이 문제다. 수능 축소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로 이어져 학생부 및 내신 경쟁이 과열되고 학생부가 미흡한 학생들은 재도전할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 정시에서는 수능이 아닌 변별력을 확보할 다른 전형 요소가 등장해 이 역시 사교육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서울 9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장)은 "교육·입시 개혁은 당장 미흡한 부분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내실화돼야 하는데 새 정부가 내놓은 수능 개편안은 상당히 급진적"이라며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공존하는 방식의 1안은 이같은 우려를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절대평가로 수능 자체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학생 선발권을 가진 대학은 어떻게든 (학생들을) 변별하려 할 것"이라며 "목표하는 대학의 전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하고 높은 원점수까지 고려한 교과목 관리가 필요해진다"고 조언했다.
한편 수능과 EBS 연계율을 축소ㆍ폐지할 경우 EBS 지문을 암기하는 등의 학교교육 왜곡 현상은 해소할 수 있으나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커지고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반면 연계율을 유지하거나 연계방식을 개선하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덜어줄 수 있지만 현행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EBS 연계 체감도만 낮아질 우려도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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