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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정치학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부장]
모차르트의 걸작으로 꼽히는 '피가로의 결혼'. 바람둥이 백작의 하인인 이발사 피가로가 약혼녀인 하녀 수잔나와의 결혼을 앞두고 일어난 한바탕 소동을 담은 오페라다. 백작이 약혼녀인 수잔나를 탐하려고 하자 피가로가 백작부인까지 끌어들여 백작을 골탕 먹인다는 내용이다. 형식은 유쾌하지만 사실 이 오페라는 신분제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저항의식이 담긴 작품이었다.


이 오페라의 또 다른 의미는 야만적인 세금을 대표하는 '초야권'을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이다. 바람둥이 백작이 수잔나를 품기 위해 자신이 거두어들인 초야권을 다시 부활시키려 한 것이 발단이었다.

초야권은 세금 대신 신부의 결혼 첫날밤을 소유하는 영주의 권리를 말한다. 문제는 초야권이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숱한 논쟁을 유발시켰다는 점이다. 과연 실제로 존재한 세금이었나를 두고 논쟁이 치열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명한 중세 사학자들은 초야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6세기 무렵 영주가 농노의 결혼식 때 신부의 침대에 맨다리를 걸쳐 올리는 상징적 의식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폭압적인 일부 영주들이 결혼세의 일종인 지참금을 내지 않으면 신부의 초야권을 바치라는 식으로 악용한 것이 논란을 일으킨 원인이었다는 해석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별별 희한한 세금들이 등장하곤 했다. 중세 유럽의 '창문세'가 잘 알려진 사례다. 건물의 창문을 감출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창문의 숫자나 크기로 세금을 매긴 것이다. 그 여파로 프랑스의 오래된 건축물에는 폭이 좁고 긴 창문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눈물겨운 몸부림이 건축양식까지 바꾼 셈이다.


이 외에도 오줌세, 모자세, 수염세, 심지어는 죽음세 등 황당한 세금들이 속속 등장했다. 오죽하면 "인간은 죽음과 세금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까.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역사는 세금과의 투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청교도 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의 남북전쟁 등은 세금이 초래한 굵직한 세계사의 흔적이다. 과도한 세금은 결국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전쟁과 혁명을 유발시켰다.


세금은 정치다. 조세와 복지는 단순한 정부의 정책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집단의 정치투쟁이 격렬하게 얽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금을 거론할 때 절대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박근혜 정부를 돌아보자. '증세 없는 복지'를 호언장담 했다가 담뱃값을 대폭 인상한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될 일이다. 거짓을 가리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고 모른 척 넘어갈 국민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부자 증세를 선언하고 나섰다. 당장은 여론의 지지에 힘을 얻는 모습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17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초거대기업과 초고소득자의 증세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역대 정권에서 실패한 재정긴축 방안이 현 정부에서 갑자기 성공할리도 만무하다.


만약에 필요하다면 중산층과 서민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호소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선거를 의식해 인기 영합주의를 버리지 못한다면 과거 정권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적폐청산을 외치는 차별화가 여론의 인기만 따먹는 결과를 초래해서야 되겠는가.


세종대왕은 공정한 과세를 위해 조세 법률주의를 실현했다. 법에 따라 세금을 걷는 것이 백성을 행복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여겨 조세 개혁을 시도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조세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백성들에게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무려 5개월 간 진행된 이 조사에서 17만명의 백성이 투표에 참여해 9만800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가히 조선시대 최대 규모의 국민투표였던 셈이다. 세종대왕의 지혜를 문재인 정부가 잘 활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완주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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