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부애리 기자]정부와 여당이 초고소득자ㆍ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자진해서 증세 논의에 동참해주기를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야당에서는 증세 논의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부자증세 논의와 관련해 "일각에서 법인ㆍ소득세 관련 과표구간 신설안이 제기됐는데, 실효적 조세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 정상화, 초고소득자 증세 등 조세개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세심한 정책설계로 보수 정권 시기에 왜곡된 조세형평제도를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당 내에서는 증세 논의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일반화된 선진국처럼 우리도 가진 계층의 솔선수범과 도덕의식이 개선될 필요성이 있고 이것이 부자증세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부자증세 논의를 꺼내 든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과세는 조세정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명예 과세 등을 언급하며 부유층의 동참을 호소했다. 추 대표는 "(대기업, 고소득자들에 대한 과세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명예 과세라고 부르고 싶다"면서 "명예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호소드리는 게 더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 소득자에 대해 2% 과세구간을 신설하게 되는데 실효세율은 이것저것 하면 30% 좀 넘을 것이며 이것은 존경 과세"라면서 "부자들이 국민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7~28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와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간접적으로 재계가 자진해서 증세 논의에 찬성해주는 모양새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냈던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대기업 위주의 투자촉진 과정에서 엄청나게 재산과 소득이 증가한 대기업들이 자진해서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우리가 좀 더 부담하자' 이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당시 빌 게이츠 등 슈퍼리치들이 자신들에 대한 증세를 청원했던 사례를 좋은 사례로 제시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증세 논의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당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면 국민은 세금도 더 내야 하냐"며 "증세 논의와 관련해 정부는 반드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거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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