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선양 롯데타운, 롯데면세점 모두 '빨간불'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우리(신세계그룹)는 염려 없는데 경쟁사(롯데그룹)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롯데를 직접 언급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피해 상황을 묻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경쟁사는 물론 전 경제계가 '사드=롯데'를 떠올릴 만큼 롯데의 피해는 심각하다. 31일 롯데에 따르면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들과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 국내 롯데면세점의 타격은 '현재진행형'이다. 회복의 골든타임마저 멀어지고 있다.
롯데 계열사 가운데 중국에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던 롯데마트 사업은 '시계제로' 상태다. 중국 당국은 소방법 위반 등을 명분으로 중국 내 롯데마트 112개 점포 중 87개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더해져 그나마 영업 중인 12개 점포도 매출이 75% 급감했다. 현재까지 롯데마트가 입은 피해는 4000억~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롯데그룹이 2008년부터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도 사드 여파로 지난해 12월 중단돼 재개를 못하고 있다.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 50%를 웃도는 롯데면세점은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매출이 35% 빠지면서 7월 현재까지 누계 피해액만 4000억원에 달한다.
롯데의 유일한 돌파구는 한·중 관계 개선. 롯데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對)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문제 해결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낙담하는 분위기다.
한편 신 회장은 지난 28일 대통령-주요 기업인 2차 간담회에선 사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롯데가 지난 10년 동안 기업들 중 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려왔다는 점을 소개한 뒤 "앞으로 3년 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롯데가 인력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용한다고 어필했다.
롯데는 사드 외 국정 농단·면세점 특혜 파문 연루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도전 등 동시다발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파도 속에서도 신 회장은 일자리 창출·상생, 4차 산업혁명 등 현안을 놓치지 말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해왔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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