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協 정책간담회, 김상조-박기영 '첫만남'
김 위원장 "가맹 영업기밀은 공개안해…10월까지 자정안달라"
박 회장 "공정위 요구 적극 수용해 투명경영…로열티 도입 시간필요"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필수품목, 원가 및 마진 공개는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공정위의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 대책 중 하나인 정보공개와 관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영업기밀은 공개 안하는 등 민감한 부분은 보호하겠다고 안심시켰다.
이번 만남은 박 회장이 지난 19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자정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한 지 9일만에 열린 것이다. 이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내며 로열티 제도 도입에 따른 프랜차이즈산업의 선진화를 당부했고, 박 회장은 공정위의 갑질 근절 대책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약속하면서도 과도한 개입에 대해서는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간담회를 통해 공정위 대책에 담긴 '필수물품 정보공개 범위'에 대한 업계와 당국의 의견 조율을 이뤄냈다. 또 프랜차이즈 업계 스스로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과 관련 공정위는 10월까지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지난 18일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는 법정비 등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프랜차이즈협회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는 자율상생모범 규준을 10월까지 만들어주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맹점주들이 협의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맹본부가 이를 보복의 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며 "모범규준 만들 때 가맹점주들의 협의체를 만드는 것에 대해 가맹본부 차원에서 방해를 하거나 보복조치의 의구심이 불거지지 않도록 세심한 모범규준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공정위의 필수 품목 마진공개에 대해 왜곡과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 당장은 실현하기 어렵다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공개하기로 한 필수품목 관련 정보의 범위는 업계와 협의를 통해 업계가 용인하는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에 마진율 등 필수품목 관련 자료는 모두 제출해야 하지만 공개 범위는 업계와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영업기밀이라고 볼 수 있는 것까지 공개하면 제게 소송을 내면 된다"며 "개별 가맹본부 차원에서 공개가 어려운 것이라면 업종별 평균이나 개별 수치가 아닌 범위 형식으로 공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 측의 상생 노력이 충분히 진전이 된다면 공정위가 공개하는 정보의 수위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로열티 제도 도입도 촉구했다. 일반적으로 매출액·이익 등을 기반으로 브랜드 로열티를 정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 프랜차이즈는 식자재, 원재료 등 필수품목에 각각 마진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맹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필수품목 마진율이 공개되지 않는 데다 일부 가맹본부들이 필수품목을 폭넓게 정하고 높은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강매하면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매출액·이익 기반 로열티로의 수익구조 전환, 물품구매의 사회적 경제 실현 등으로 가맹사업 구조가 선진화된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가맹사업의 모델을 러닝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언젠가 그렇게 돼야 하지만 정부가 강요할 수는 없다"며 업계의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박 회장 역시 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을 최소화하고, 유통마진을 일부 공개하는 대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해 프랜차이즈시장 선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같이 했다. 다만 로열티 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소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에 따른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더불어 로열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 지원과 선진국의 현황을 조사해 업종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 본사 간 공동구매 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유통마진을 줄이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대형 프랜차이즈에는 가능하지만, 영세 가맹본부가 당장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럴 땐 공동구매 제도를 도입해 가맹점을 물품 구매 과정에 참여시키고 공급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의 갑질 근절 대책을 적극 수용하면서 투명경영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투명 경영 ▲윤리 경영 ▲상생 혁신안 ▲을의 눈물 방지 ▲일부 오너의 사회적 물의 사죄 등 5가지 개선 실천 계획을 밝혔다.
다만 그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자칫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버릴 우려가 높다"며 "구체적 추진 사항에 대해서는 업계와 더 세밀한 협의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이 정도면 됐다고 하는 상생 방안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런 마음으로 10월까지는 기다려보겠고 오늘과 같은 모임이 이어지도록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간담회 행사가 끝난 후 김 위원장은 "협회의 노력이 적극적일 수록 공정위 법 집행 수위는 낮아질 것"이라며 "기한을 10월말로 말했지만 좀 더 단축해줬으면 한다. 최근 진행되는 실태조사는 법의 원칙에 따라 위법 발견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공정위의 기대에 부응하고 신뢰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날 간담회로 많은 오해가 풀렸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는 김상조 위원장, 정진욱 기업거래정책국장, 신영호 대변인 등 공정위 인사와 박기영 협회장(짐보리), 이규석 수석부회장(돈까스클럽 등), 이범곤 수석부회장(크린토피아), 송영예 수석부회장(바늘이야기), 김영철 부회장(놀부), 김익수 부회장(채선당), 신신자 부회장(장충동왕족발) 등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 7명이 참석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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