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좀 하셨다고" "피자CEO라는 별명이"
"태양광 입지 조건 완화 좀" "신고리 중단하면 해외진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목 단추를 푼 와이셔츠 차림, 소상공인이 만드는 수제맥주,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셰프의 안주….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후 주요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어 2시간 40분 동안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말랑말랑'한 참석자별 맞춤형 질문을 건내는 세심함을 보였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한 듯 했다. 기업 총수들이 초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ㆍ사드)로 인한 타격, 원전폐지, 규제완화와 같은 민감한 주제들도 테이블에 올려 아슬아슬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다음은 주요 발언들이다.
◆문 대통령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에게
"번번이 가교 역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주에 손자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손자 손녀가 아들딸하고 또 다르죠? 핸드폰에 손자 손녀 사진 넣어 다니는 거 아닙니까?"
◆문 대통령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문 대통령 : "야구 선수 좀 하셨다고 하던데?"
박 회장 : "그건 아니고요. 동호회에서."
문 대통령 :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습니다.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죠. 올해는 성적이 어떻습니까?"
박 회장 : "지금 3등하고 있는데 부상선수가 돌아와서 찍고 올라가야 하는데,"
◆문 대통령과 금춘수 한화 부회장
문 대통령 :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던데요?"
금 부회장 : "그 전에 고전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힘 받고 있습니다. 입지 조건을 좀 완화시켜 주시면…"
◆문 대통령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문 대통령 : "구 부회장님은 직원들에게 늘 피자 선물해서, 피자 CEO 그런 별명이 있죠?"
구 부회장 : "전 세계 잘하는 법인에 피자를 보냈는데 그 마을에 있는 피자가 완전히 다 동이 납니다. 공장 같은 데는 몇 천 명이 있으니 피자 집 몇 군데에서 이틀 전부터 만들어서 전부 다 보내야 하니까, 그게 싸고."
문 대통령 : "임 실장(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우리도 피자 한번 돌려보시죠?"
임 실장 : "돌리겠습니다. 어느 부서인지 딱 찍어만 주시면"
◆문 대통령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문 대통령 : "요즘 아마 미국에 철강 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
권 회장 : "저희들은 당분간은 그냥 미국에 보내는 거는 뭐 포기했습니다. 해서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이렇게 작정을 하고 여러 가지 대책 세우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요즘 많이 도와주고 계셔서 산업부도 그렇고, 총리님도 마찬가지고, 부총리님도 마찬가지고."
임종석 비서실장 : "들을수록 믿음이 잘 안 가네." (웃음)
◆문 대통령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
문 대통령 : "함 회장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
장하성 정책실장 : "함 회장님, 대통령 옆으로 가시죠. 잔 들고 가시죠."
임종석 비서실장 : "너무 부담스러우시겠어요."
함영준 오뚜기 회장 : "네,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문 대통령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문 대통령 : "정용진 부회장, 테슬라 1호 고객 아닌가요?"
정 부회장 : "저희가 1호로 매장 유치했는데, 잘하려고 애 쓰려고 하니."
문 대통령 : "직접 타시기도 하세요?"
정용진 부회장 : "한번 타본 적 있어요."
문 대통령 : "한번 충전으로 얼마나 탑니까?"
정용진 부회장 : "380km요."
◆문 대통령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문 대통령 : "그거(사드 보복)는 머 하여튼 아직은 완화되는 기미가 없네요."
구 부회장 : "저희가 배터리 하는데요, 전기차용이요. (중국이) 아예 일본 업체 것은 OK, 한국 것은 안 된다,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어놨어요. 중국 차에 못 팔아요. 저희가 현대차하고 같이."
◆문 대통령과 박정원 두산 회장
박 회장 : "만약에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 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해외에서의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하겠습니다."
문 대통령 : "(두산중공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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