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제주)=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무역과 안보에서 우리나라의 중요한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한국 주재대사들은 한미·한중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무역불균형 시정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와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는 19일부터 22일까지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 42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찾아 이런 내용의 특별강연을 했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21일 강연에서 "한국은 미국에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고,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는핵심 파트너이지만 (양국 교역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한미 양국의 경제관계가 계속 활발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양국 간 '현저한 무역 불균형'이 있고, 그것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양국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재협상'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수정·개선'을 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한미 FTA 수정을 논의하게 되는 특별공동위원회와 관련, "이런 논의를 통해 미국 수출업체들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한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와 관련,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 뒤 "사드를 위협으로 생각할 국가는 북한밖에 없다"면서 "그 외의 국가들은 전혀 위협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내퍼 대사대리는 문재인정부의 출범와 관련해서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새로운 지도자가 취임하면 양국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한다"면서 "양국 관계는 탄탄한 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동가치를 기반으로 견고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는 22일 특별강연에서 사드 배치 이후 경색국면에 들어간 한국과 중국 관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는데 사드 문제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더 성숙해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차 속도는 기관사에게 달렸다'는 중국 속담을 예로 들고 한중 양국 정상의 의지를 강조하고 "양국 고위층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기관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양국간 소통이 늘어나면서 대사관의 일정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 당선 축하 전화를 한 것을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도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를 바란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그러나 사드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견지하며 "사드는 전략적 문제로서 상호 신뢰에 심각한 충격을 줬다"며 "기본적으로 국가간 협력은 양허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렇게 해야만 상호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제주)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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