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에 영향 줄 수 있는 정부 정책 구체화
대형 유통기업 입장선 긍정적·부정적 이슈 혼재
[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문재인정부가 19일 발표한 국정과제에 골목상권 보호, 불공정 행위 근절 등의 정책이 포함되면서 대형 유통주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가 내수활성화이기 때문에 오히려 유통업체들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정부가 이날 오후 공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올해 안에 지역상권 내몰림 방지 및 생계형 적합업종을 법제화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제한을 현재 대형마트 수준으로 강화하고, 민생에 영향이 큰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조정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분야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및 법집행 강화에 나서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무비 변동 시 납품단가 조정 신청과 협의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유통주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로 지난 주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주를 비롯한 유통주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GS리테일은 17일 하루에만 6.16% 하락했고, BGF리테일 또한 3.09% 떨어졌다. 이마트(-2.46%), 신세계(-1.90%), 롯데쇼핑(-1.53%)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정부의 정책 방향이 알려진 상황이어서 완전히 새로운 뉴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면서도 "관련 규제가 현실화된 만큼 유통주들 입장에서 좋은 뉴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국정 기조 중 하나가 '내수활성화'인 만큼 유통주들이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초 유통주들은 새로운 정부의 내수활성화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였다. 내수활성화의 방향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유통업계가 얻을 긍정적 이익도 보다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 국정과제 발표를 통해 내수확대와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시행을 강조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통 대기업들의 출점 위축은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어쨌든 정부의 내수활성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유통주들 입장에선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이 현재 상장돼 있는 유통 대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도입됐어도 전통상권이 보호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의 정책이 내수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 대형 유통주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더더욱 불명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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