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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비정규직, 성희롱·막말·폭언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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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19일 '즐거운 휴가길, 공항 노동자 존중합시다' 캠페인...각종 사례 폭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성희롱·막말·폭언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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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일하는 보안요원 A(여)씨는 얼마전 검색 도중 황당한 일을 당했다. 평소 지침대로 "주머니 속의 소지품을 다 꺼내 주세요"라고 고지했더니 한 남성이 "팬티 속에 있는 것도 꺼내야 되냐"라고 놀려댔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항의를 했더니 "농담인데 너무 까칠하시네"라며 능글맞게 웃었다.


인천공항에서 간접고용돼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항 이용객들은 물론 같이 일하는 공무원ㆍ인천공항공사 직원들로부터도 성희롱ㆍ폭언ㆍ막말ㆍ무시 등 감정노동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9일 오전 인천공항 3층 8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즐거운 휴가길, 공항 노동자를 존중합시다'는 제목의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같은 사례들을 공개했다. 지난 한 달간 운영지원ㆍ보안방재ㆍ환경ㆍ시설관리 등 공항 전반에서 일하고 있는 6000여명의 용역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연을 제보받은 결과였다.


우선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을 검색하는 보안 검색대에서 막말ㆍ폭언ㆍ성희롱이 빈번했다. 한 보안검색 요원은 "티켓을 확인해야 해서 보여 달라고 했더니 듣는 체도 안 하다가 니까짓 게 뭔데 내 티켓을 확인하냐"는 막말을 당했다. 또 "주머니 소지품을 꺼내라, 노트북이 있냐"고 물어봤다가 "미친 계집애가 아침부터 땍땍 거린다"는 폭언을 당했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기내에 된장을 반입하려는 승객에게 "너무 커서 수하물로 부쳐야 한다"고 충고했다가 "이게 어떻게 위험 물품이냐"며 바닥에 던져 버려서 검색 요원의 옷이 된장 투성이가 된 사례도 보고됐다. 또 치약이 용량을 초과해 반입이 안 된다고 했더니 "아가씨 손 좀 펴 봐"라고 한 후 검색 요원의 손바닥에 치약을 다 짜내 버리고 간 경우, 김치 반입 불가 지침을 알려줬더니 뚜껑을 따서 가래침을 뱉거나 던져 버리는 일을 당했다는 등의 사례도 나왔다.


이들 비정규직들은 또 같이 일하는 공무원ㆍ공항공사 직원들로부터도 무시를 당한다고 호소했다. 우선 보안구역에 출입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일반 탑승객과 똑같이 신체ㆍ차량 검색을 받아야 하는데, 불성실하게 응하면서 반말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원칙대로라면 규정에 따라 출입증을 회수해야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상급 관리자들이 눈 감아주라고 지시하는 게 대부분이다. 또 상주 직원들도 검색 과정에서 불쾌함을 표출하면서 반입금지 품목이 적발됐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집어 던지는 등 '적반 하장'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인천공항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항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감정노동에 대해 홍보하고, 정신적 스트레스 발생시 쉴 수 있는 휴게 시설 마련, 공항내 감정노동 종사자를 위한 권리보호센터 설치,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녹화ㆍ녹음ㆍ촬영 장치 설치 등 보호 대책 마련, 고객 응대 매뉴얼 노사 합의 제작ㆍ보급 등을 촉구했다.


공항지부 관계자는 "공항 노동자들은 국가 규정 및 법에 의거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뿐임에도 욕설과 폭언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고 보호장치도 미흡한 상황"이라며 "공항 이용객들은 즐거운 휴가를 가실 때 공항 노동자들을 존중해줘야 하며 제도ㆍ시스템을 통한 방지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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