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ㆍ남성ㆍ현직판사' 공식 둘 이상 깨져
조재연 후보자, 대한변협 추천 첫 대법관에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국회가 17일 본회의를 열어 박정화ㆍ조재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가결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이 금명간 임명돼 6년 임기를 시작한다.
두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가결은 지난 4~5일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지난 6일 이들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지 12일 만이다.
박정화 후보자(52ㆍ사법연수원 20기)가 임명되면 여성으로서는 김영란ㆍ전수안 전 대법관과 현직인 박보영ㆍ김소영 대법관에 이어 다섯 번째다. 여성 3명이 같은 시기 대법관직을 수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박 후보자는 1991년 법관 임관 이후 26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서울행정법원 개원 이래 첫 여성 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사법부 '유리 천장'을 깬 법관으로도 분류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고 진보 성향으로 평가된다. 2010년 서울행정법원에서 파업 참여를 이유로 징계 해고된 쌍용자동차 직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원 동해 출신인 조재연 후보자(61ㆍ12기)는 1982년 판사로 임관해 11년간 법관으로 재직하고, 1993년부터 현재까지 24년간 변호사로서 활동해왔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변호사 시절 세무조사 전력과 배우자의 국민연금 미납, 과태료 체납 등 일부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긴 했지만 야당 의원들로부터도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피난민 가정에서 태어나 산동네에서 살며 실업계 학교인 덕수상고에 진학했다가 나중에 야간대학을 다니고, 재학 중 제22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전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사 중 첫 대법관에 임명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현 대한변협회장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와 "대법관은 그동안 고위법관의 최종 승진 자리로 운영됐고 순혈주의 상징이었다"며 "특히 서울대, 남성, 법과 출신이라는 획일적 기준과 집단사고가 대법원에서 소수의견이 거의 나오지 않은 이유"라며 추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대한변협은 줄곧 대법원의 다양한 사회적 요구 수용을 위해 재야출신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기용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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