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말기로 입원치료 받던 중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13일 밤 사망
가족들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부인에 "잘지내길" 마지막 인사
각국 정부와 UN 등 류샤오보 업적 높이 평가하며 애도
류샤오보 해외 치료 막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 거세져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61)가 끝내 숨을 거두자 전 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간암 말기 투병 중이던 류샤오보의 해외 치료를 불허한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류샤오보와 그가 사랑했던 모든 이에게 충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가 중국에서 평화적인 민주 개혁을 고취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수감됐다가 숨을 거뒀다"면서 "류샤오보는 그의 일생을 조국과 인류의 개선, 정의와 자유의 추구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의 희망에 따라 그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어주고 중국을 떠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미국 백악관은 전날에도 류샤오보와 그의 가족이 해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부인 류샤(劉霞·55)의 가택연금 해제를 요구했다.
앞서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에 대한 면담과 출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비판한 유엔(UN)도 류샤오보의 영면을 기원하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UNOHCHR)는 "중국은 물론 세계의 인권운동에 헌신해왔던 투사를 잃었다"며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명예롭게 장례를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이드 대표는 역시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에 대한 가택연금을 해제하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류샤오보의 죽음을 애도했다.
류샤오보에게 옥중 노벨상을 안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역시 중국 정부가 세계적인 인권운동가의 사망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류샤오보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옮겨지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며 "중국 정부는 그의 조기 사망에 대해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가 지켜봤지만 중국은 류샤오보를 석방하지 않고 고립시켰다"고 일갈했다. 데르센 대표는 "그는 진정한 양심적 수감자였고 끈질긴 투쟁을 위해 최고의 대가를 지불했다"고 류샤오보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류샤오보는 13일 오후9시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중국의대 부속 제1병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2008년 12월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을 요구한 '08헌장'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류샤오보는 이듬해 12월 국가전복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랴오닝성 진저우(錦州)교도소에 수감됐다. 지난 5월말 간암 판정을 받고 가석방 된 뒤 입원 치료를 받다 전날 오후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류샤오보는 임종 전 부인 류샤에게 "잘지내길 바란다"는 마지막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은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이 외신을 통해 긴급 타전됐음에도 국내에서 관련 보도가 지연되도록 언론을 통제했고 영국 BBC방송 송출을 10분간 중단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AFP와 AP통신, BBC와 뉴욕타임스(NYT), 일본 아사히신문 등 주요 외신은 중국 정치와 민주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인 류샤오보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을 둘러싸고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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