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 교장·교감 등 관계자들, 폭력으로 인식 자체 안해
서울교육청, 학교폭력 무마 시도 숭의초 관계자 4명 '해임' 등 중징계 처분
진술서 및 회의록 가해학생에 제공… 자료유출 혐의로 수사 의뢰 예정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재벌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 등이 연루된 학교 폭력을 무마하려한 숭의초 교장과 교감 등 관계자들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과정에서 이 사건을 학교 폭력이 아닌 '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육청은 이들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하고 학생진술서 일부 분실 및 관련 조사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건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12일 서울교육청 감사관실에 따르면 숭의초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 등 핵심관계자들은 이번 학교 폭력 사건을 두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고 심의하는 과정 자체가 '비교육적 방법'이라고 인식했으며 이번 사건도 "아이들 간의 사소한 장난일 뿐 학교 폭력 사안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실제로 지난 1966년 숭의초가 개교한 이래 자치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심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육청은 이 같은 인식 아래 숭의초가 학교 폭력 사안을 고의적으로 은폐 및 축소하고 각종 절차를 어긴 혐의로 숭의초 법인인 숭의학원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4월 20일 숭의초 수련회 당시 3학년 남학생 4명이 같은 반 학생 1명을 이불로 감싼 뒤 장난감 야구방망이로 집단 구타한 사례가 발생했다. 담임교사는 사건 직후 이를 인지했지만 이를 묵인하려 들었고, 학교 측 역시 20여일이 지나서야 교육지원청에 처음 보고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 등을 교육감에게 보고해야 한다. 교육부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른 보고 시한은 '사안 인지 후 24시간 이내'다.
숭의초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도 지난 5월 15일 뒤늦게 구성했을 뿐더러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에 대한 즉각 분리 조치 등 적절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마저 '폭력아님' 처분을 내리면서 가해 학생들에겐 아무 제재가 취해지지 않았다. 가해자에는 대기업 총수의 손자와 연예인의 아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적인 은폐 정황도 발견됐다. 사건 발생 초기인 지난 4월27일 피해학생의 어머니가 가해학생을 지정해 신고했지만 자치위는 1차 심의 당시 이 학생을 대상에서 누락시켰다. 최초로 학생 진술서 18장 중 6장도 사라졌다. 생활지도부장은 가해학생의 학부모가 학생 진술서와 자치위언회 회의록을 요구하자 이메일과 문자 등을 통해 직접 제공하기도 했다.
자치위원회의 구성도 부적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숭의초의 자체 규정에 따르면 자치위는 학부모위원 4명, 교원위원 2명(위원장인 교감 포함), 학교전담경찰관(SPO)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학교전담경찰관 대신 일반 교원이 자치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생활지도부장은 자치위 위원 및 간사와 학교폭력 조사 전담기구까지 도맡았다. 위원장인 교감은 물론 교장까지 이러한 자체 규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육청은 교장과 교감, 생활부장에게는 모두 중징계인 해임 처분을 요구했다. 다만 담임교사의 경우 사안처리 부적정의 책임은 없다고 판단,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또한 진술서 일부가 사라진 점, 가해학생이 타 학생들의 진술서 내용을 본 것처럼 발언한 점 등을 미뤄볼 때 추가 자료가 유출 가능성을 고려, 이들 모두를 학폭법 제 21조의 비밀누설금지 등을 어긴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관련자 징계와 함께 숭의초를 대상으로 장학지도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특히, 사립초에서 '교육적인 지도'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처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부서에 제도개선을 요청하고 사립학교 교직원 징계 처분에 대한 실효성 확보를 위해 사립학교법(제66조의2) 개정을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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