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 열리는 함부르크에서
文 대통령 오전에는 아베 총리, 오후에는 푸틴 대통령과 회동
지난달 29일부터 9일 동안 주변 4강 정상 모두 만나
[함부르크=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7일(독일 현지시간) 아베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29~30일 워싱턴에서 드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6일 베를린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문 대통령은 9일 동안 주변 4강 정상을 모두 만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로써 취임 58일만에 한반도 주변 4강 정상외교를 마무리 했다.
북한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해 주변 4강 정상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운전석’에 앉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4강 정상외교의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아베 총리와는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전후해 6개월 이상 지속된 외교공백을 끝내고 국제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고 청와대는 자평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함부르크 시사이드호텔에 마련된 한국기자단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근혜 정부로부터 인계받은 외교환경은 그 어느 정권교체기보다 어려웠지만 4강 정상외교를 통해 공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며 "첫 걸음마를 비교적 순탄하게 옮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한 과감하고 근원적인 접근으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러시아 역할론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핵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의견을 모았고, 특히 양국 간 공통점이 적지 않은 유라시아 정책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9월 6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을 주빈으로 초청했고,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
두 정상은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다시 열기로 하는 한편 양국 관계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양국의 부총리급 경제공동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정부 간 협의체를 적극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아베 총리와도 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 간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 정상의 셔틀 외교는 2011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중단된 상태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조기 방일을 희망했으며, 문 대통령도 아베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것을 초청했다.
양 정상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맺어진 위안부 합의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문제가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더 가깝지 못하게 가로 막는 무엇이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 공동으로 노력해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재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함부르크=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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