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경유차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경유세 인상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예고된 가운데 경유차가 과연 미세먼지 주범인지에 대한 논란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이 최근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표한 배출원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분석에 따르면 초미세 먼지는 제조업 연소 때문에 절반에 가까운 47.91%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등에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은 자동차 등 도로이동 오염원은 전체 초미세 먼지의 14.57%를 배출해 제조업 연소, 항공기나 선박 등 비도로 이동 오염원(21.60%)에 이어 3위였다.
또한 수원대학교가 환경부에 제출한 '타이어 및 브레이크 패드 마모에 의한 비산먼지 배출량 및 위해성 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상당량은 자동차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마모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운행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원인 가운데 경유차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6%에 불과했다. 반면 도로 위에서 발생한 비산먼지 등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최근의 계절적 요인에 의한 미세먼지 완화 역시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서풍이 불었던 올봄 극심했던 미세먼지는 초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남동풍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뀐 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경유차 운행량 등에 큰 변화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보기 어렵다.
과도한 경유차 규제는 또 다른 오염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휘발유 차량이 늘어나면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는 휘발유차가 경유차보다 30% 더 배출한다. 경유차 억제에 대한 대안으로 액화석유가스(LPG)차 보급 확대가 언급되고 있지만 LPG차 역시 경유차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조사 결과 자동차 1㎞ 운행 시 배출되는 미세먼지(PM)는 경유 0.0021g, LPG 0.0020g, 휘발유 0.0018g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대기 중에서 수증기 등과 2차 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를 만드는 질소산화물(NOx)은 경유(0.201g)가 휘발유(0.018g)와 LPG(0.011g)보다 많았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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