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문체부 차관 오락가락 진술…특검 "사람 기억 왜곡 있을 수 있어"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이재용 재판'에서 특검 신문에는 "기억이 난다", 변호인 신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심리로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7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출석했다. 김 전 차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특검 측 핵심 증인이다. 김 전 차관은 삼성의 정유라씨 승마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차관, 오락가락 진술…재판부 해명요구에 "나도 납득할 수 없다"=이날 김 전 차관은 "최서원(최순실)씨가 삼성이 승마협회 운영을 제대로 하지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며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나에게 정씨 승마 지원 관련 자문을 구했다"고 증언했다. 또 "삼성이 자신을 통해 삼성의 우려사항을 청와대, 최씨에 전달하려던 눈치였다"며 "삼성이 정씨 개인을 위해 승마 지원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씨와 자신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며 "삼성이 왜 자신에게 최씨, 청와대에 삼성의 입장을 전달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잠시 멈추고 김 전 차관의 진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며 해명을 요구했다. 김 전 차관이 최씨와 친분이 없고 정씨 승마 지원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박 사장이 수시로 의견을 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해명 대신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재판부 의견에 동의를 표시했다.
◆"기억나지 않는다"던 김 전 차관, 특검 재주신문 시작되자 "듣고보니 그랬던 것 같다"= 김 전 차관의 오락가락한 증언이 반복되자 재판은 다른 재판에서 나왔던 증인, 피고인들의 진술과 김 전 차관 증언을 대조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박 사장, 장시호씨, 이규혁 전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전무이사 등 자신과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한 증인· 피고인들의 조사 내용을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태도는 특검의 재주신문이 시작되자 달라졌다. 특검이 "혹시 박 전 대통령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문화 분야를, 김 전 차관에게 체육분야를 나눠 말 한 적이 있냐"고 묻자 김 전 차관은 "그 말씀하시니 그렇게 기억이 난다. 그런 게 있었다"고 답했다.
또 특검이 "지난 2015년2월 김 전 차관이 박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과 만났을 때 참석자 중 누군가가 곧 해외로 나간다 이런 얘기 들은 적이 있냐"면서 박 사장의 출장 계획이 담긴 문자를 제시하자 김 전 차관은 "그 말을 들으니 그런 얘기도 기억이 난다. 그날 일찍 조찬 모임을 한 이유가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특검은 "김 전 차관이 관여된 사건이 많아 기억의 혼선이 있거나 소소한 기억 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김 전 차관은 오늘 기억하고 있는 사실을 증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의 진술에 대해 의문을 가질수는 있지만 사람의 기억은 일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이 사건 입증할 중요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삼성 "김 전 차관은 처벌 면하려 허위 진술…특검과 말 맞춰"=삼성 측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은 1회차 특검 조사에서 60회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가 3회차 조사부터 갑자기 명확히 기억해냈다"며 "김 전 차관의 진술의 상당부분은 처벌을 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은 최순실이 원하는 것 이루기 위해 노력한 사람인데 이 사건이 터지고 나자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고 삼성이 모든 것을 알고 최서원을 지원했다고 하며 자신의 책임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차관 시절 일정을 정리한 일정표를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은 오후2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2시20분께 마무리됐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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