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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유럽 국가 정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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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유럽 국가 정서의 변화 도미니크 모이시 국제관계연구소(IFRI) 선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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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의 정서 지정학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영국이 프랑스에 가지던 우월감, 프랑스가 독일에 느끼던 자격지심은 이제 없다. 이런 정서 전환이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 힘의 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기로에 서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심각하게 요구되는 개혁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두 나라는 무시할 수 없는 '정서적 제로섬'에 얽혀있다.

과거 런던에서 파리로 여행을 하다 보면 두 나라의 정서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런던은 역동적이며 전 세계 문화적 다양성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상당했다. 반면 파리는 아름답지만 로마처럼 과거의 영광에 갇힌 듯했다. 관광하기에는 최고지만 머물기에는 그저 그런 곳이었다.


그런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적 정치적 격변과 테러, 국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영국인의 자긍심을 훼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자신의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반EU 정서와 EU를 떠나려는 의지 또한 사그라들고 있다. 유권자들은 브렉시트 이후 어떻게 영국을 안전하게 하고, 최약자와 극빈층을 배려할지 고민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새롭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는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프랑스 대중에게서 찾을 수 있다. 마치 런던이 2012년 하계 올림픽 개최국으로 결정됐던 12년 전의 2005년 여름과 비슷하다. 최근 실시된 총선에서 패한 노동개혁 반대론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것 같지도 않다. 프랑스 내 개혁 반대 세력은 이제 소수이고 전망은 한층 밝아지고 있다. 낮은 총선 투표율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물리친 프랑스 국기가 나부끼던 때를 상기시켜준다. 그때와 달리 지금 유럽의 경기는 더 호의적이다. 프랑스 내 노조 간 힘의 균형도 강성인 노동총동맹(CGDT)에서 개혁을 선호하는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로 옮겨가고 있다. 게다가 이런 고무적인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


리더십과 행운이 지속되면서 프랑스에서는 약 10년 만에 처음 신중한 낙관론이 정당화될 것이다. 이탈리아 정치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명언으로 환언하면, '이성으로의 낙관(optimism of the intellect)'이다. 프랑스 대선과 영국 조기 총선 결과 프랑스는 유럽의 미래에 대해 영국보다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독일은 9월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이 예상되며 안정을 유지할 것이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 '3대 강국'이 대체되기를 희망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변해야 한다. 재집권을 노리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이탈리아의 마크롱이 아니다. 렌치가 어떤 재능과 에너지를 가졌을지라도 그는 마크롱의 유권자에 대한 이해도와 진중함이 부족하다. )


독일과 프랑스 간 새로운 균형은 유럽의 안정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이다. 유럽의 문제는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지적하듯 '과도한 독일'이 아니라 '과소한 프랑스'다. 프랑스와 독일이 효율적인 동맹을 재설정한다면 '프랑스의 시대'는 '유럽의 시대'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유럽 내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며칠 전 베니스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 공화당원이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지 마라"며 "그래봤자 더 나빠지기밖에 더하겠나. 더 강력해진 독일과 남겨지길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매우 강력한 독일과 함께 홀로 남겨진 것이라는 주장은 농담일 뿐이다. 독일은 EU를 홀로 이끌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크롱이 이끄는 프랑스 정치의 변화로 그렇게 될 일도 없다.


정서는 모든 정치적 현실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의 정서가 맞바뀌고 있으며 이는 유럽 정치를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도미니크 모이시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선임 고문


ⓒ Project Syndicate/번역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프랑스를 대표하는 석학인 도미니크 모이시(70)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프랑스 싱크탱크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공동 창립자이자 선임 고문이다. 그는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몽테뉴 연구소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이외에도 파이낸셜 타임즈, 포린어페어, 디벨트 등 다양한 신문ㆍ저널에 국제 문제와 유럽 정치ㆍ경제 이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모이시는 프랑스 소르본대학과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했다. 아버지 줄스 모이시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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