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공무원인 남편과 사별한 후 치매에 걸린 아내가 생활을 도와주는 다른 남자와 일시적으로 동거다가 유족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이 이를 취소했다. 법원은 치매 치료를 도와주기 위해 동거했다면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A(81·여)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연금 지급 중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1996년 남편을 잃고 공단으로부터 유족연금을 받으며 살다가 2014년 4월 치매진단을 받았다. 이후 인근 아프트에 거주하던 B(85)씨와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년 4개월간 함께 살았다.
이에 A씨의 아들은 2015년 6월 A씨와 B씨가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공단에 제보했고, 공단은 지난해 4월 이를 인정해 A씨에게 유족연금 지급을 중지한다고 통보했다.
공무원연급법에 따르면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공무원이었던 사람 외의 사람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그 권리를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간호를 받기 위해 함께 거주했을 뿐 사실혼 관계가 아니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동거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실혼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며 연금 지급을 중단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한 때는 A씨의 치매 증상이 악화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무렵"이라며 "이는 정상적인 부부 공동생활보다 A씨를 돌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A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으로 B씨와 혼인 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거 기간도 A씨가 요양원에 들어가 치료를 받기 전까지 1년4개월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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