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50만배럴 미국산 콘덴세이트 수입해 경제성 따져보는 중
수입 본격화하면 원유 도입처 다양화, 美 통상마찰 완화에도 기여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미국산 원유 수입 중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한화그룹 내 석유화학계열사인 한화토탈이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다. 지난 3월 50만배럴을 들여왔다. 2598만6000달러(약 300억원)규모다. 정유사에 이어 화학사까지 미국산 원유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중동에 치우졌던 원유 도입처를 다양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원유 수출을 늘리는 상황이어서 양국간 통상마찰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화토탈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 50만배럴은 충남 서산에 있는 공장에 투입된 뒤 제품으로 생산됐다"며 "현재 다른 나라 원유와 비교해 경제성을 따져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타당성이 입증되면 추가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한화토탈이 미국산 원유를 들여온 건 이번이 처음으로,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다. 콘덴세이트를 정제하면 경유와 휘발유는 물론 한화토탈의 주력상품인 나프타가 대량 생산된다. 한화토탈은 국내 화학사 중 유일하게 휘발유ㆍ경유를 생산해 알뜰주유소 등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산 원유는 과거보다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잇따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으로 중동산 원유 가격보다 저렴하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 전문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3월 한화토탈이 미국산 원유를 수입한 가격은 배럴당 52.36달러다. 당시 이란산 원유(배럴당 54.43달러)보다 2달러 정도 싼 수준이다. 최근 해상 운임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산 원유를 들여오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비싼 운임이었는데 그 장애물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원유는 총 500만 배럴로 추정된다. GS칼텍스가 지난해 11~12월에 국내 정유사로선 처음 미국 본토에서 채굴된 원유 200만 배럴을 들여왔다. 이달엔 50만배럴을 더 도입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5~6월 미국산 원유 200만배럴을 수입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공장설비가 미국산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입하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미국산 원유를 들여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정유사와 화학사들이 수입하는 원유는 80% 이상이 중동산으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며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더라도 미국산 원유가 수입된다면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급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는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트럼프 달래기'를 위해 국내 에너지 회사들을 대상으로 미국산 원유와 셰일가스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SK E&S가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기로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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