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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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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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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듯한, 아찔한….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여성의 가슴을 생식기나 성희의 도구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가슴의 아름다움이 여성미의 일부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는 1909년 오스트리아의 빌렌도르프에서 출토되었는데 젖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되어 있다. 둥글둥글 풍만하다. 나는 비너스를 조각한 구석기시대의 예술가가 당대의 미적 요소를 집약한 결과라고 본다. 날씬하다 못해 마른 여성이 미인으로 대접받은 시기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지난 세기 초에 촬영한 서양의 사진을 보라. '거리의 여인'이나 '밤의 꽃'들 가운데 말라깽이를 찾기 어렵다. 르누아르나 로트렉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도 대개 몸매가 원만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미켈란젤로가 그린 여성들을 보라. 풍만함을 지나 우람할 지경이어서 남자 몸에 여성의 성징(性徵)만 덧그린 듯하지 않은가. '밀로의 비너스(Aphrodite of Melos)'를 만드는 데 모델이 된 처녀가 요즘 태어났다면 다이어트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당시의 예술가들이 대개 남성이었고, 소비자 또한 그랬기에 작품들도 당대 남성들의 취향과 미의식을 반영하지 않았을까. 1960년대 모델 트위기(Twiggy)의 등장이 충격이었던 이유는 미의식의 전복 또는 혁명 때문이었으리라. 헌데 세상이 달라져도 가슴의 위력은 변함없다.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근육을 키우는 피트니스 선수들도 큰 가슴을 간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의학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가슴을 돋보이게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 노력 속에 잠복한 원초적 미의식과 갈망을 넘어 우리가 오래도록 간직해온 사랑과 그리움을 짐작한다. 어머니. 동화작가 정채봉은 훌륭한 시도 많이 썼는데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정채봉이 죽은 어머니와 재회하는 5분은 찰나와 같지 않겠는가. 그토록 벅찬 그리움과 원망을 모조리 담았으리니. 아들은 섬광과도 같은 그 시간에 빛과 빛이 마주치듯, 눈길을 마주치고자 한다. 그리고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결코 잊지 않았을 그 감촉, 어머니의 가슴을 갈망한다. 정채봉의 '젖가슴'은 아들이 간직한 그리움, 때이른 사별이 남긴 서러움과 더불어 어머니의 사랑, 아니 모성(母性)의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이 된다.


그러니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처럼 원만구족한 모습. 새로운 생명을 낳아 기르고 사랑한, 그래서 가장 창조주를 닮은 숭고한 원천. 신인합작(神人合作)에 의한 우주촌 최고의 걸작. 나의 어머니, 당신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 곧 세상의 어머니들은 여성이 지닌 아름다움의 완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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