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도의회가 올 들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해외 연수를 가면서 산하기관 직원들을 동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도의회는 선진 문물 견학을 통해 산하기관과의 협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출장길에 오른 산하기관 직원들은 도의원 '수행비서'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는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프랑스ㆍ스위스ㆍ이탈리아 해외 연수에 도 산하ㆍ직속기관 직원 10명을 대동한다.
연수에 참여하는 기관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일자리재단, 경기도주식회사, 경기테크노파크 등이다. 1인당 소요 경비는 390여만 원으로 각 기관이 자체 부담한다.
경제위원회는 앞서 지난 4월 산하기관에 공문을 보내 해외 연수 추진 일정을 알렸다. 당시 공문에는 산하기관 직원들의 동반 요구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산하기관은 예산 결정 등을 갖고 있는 소관 상임위가 산하기관에 공문을 보낸 것 자체가 동반연수를 의미한 게 아니냐며 참여 거부는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도 산하기관 관계자는 "예산 심의와 행정사무감사, 각종 주요 업무 추진에 대한 칼을 쥐고 있는 도의회 소관 상임위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해외 연수에)불참한다는 것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도의회 상임위원회의 산하기관 동반 해외연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이탈리아ㆍ스위스ㆍ독일 연수에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체육회,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관광공사 등 소관 산하기관 직원 10명을 데려갔다.
또 지난 2월 해외 연수를 다녀온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경기연구원과 경기도시공사 직원을, 5월30일부터 6월8일까지 네덜란드ㆍ노르웨이 등을 방문한 보건복지위원회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경기복지재단, 경기도의료원 소속 직원을 각각 동반했다.
문제는 연수에 동반하는 산하기관 직원들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경비는 각 기관별 공무국외 심의를 거쳐 지원된다. 하지만 해외 연수에 따른 별도의 활동보고서 등 후속 조치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을'의 위치에 있는 산하기관 직원들이 값비싼 혈세를 낭비하면서 도의원 '수행'을 위해 해외연수 동반길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14년 7월 부임 후 해외출장 때마다 수행비서를 동반하지 않는 등 단촐한 출장을 가고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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