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스 그후]대통령이 몸을 낮추니 '나라'가 보인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12초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국가의전행사에서 진짜 달라진 것은?

[뉴스 그후]대통령이 몸을 낮추니 '나라'가 보인다 사진=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캡처
AD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대통령이 스스로 몸을 낮추니 그제서야 '나라'가 보인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확 달라진 국가 의전 행사의 분위기에 대한 한 공무원의 평가다.

18일 행정자치부 의정관실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후 열린 각종 국가 의전 행사의 운영 전반에 변화가 뚜렷하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경호ㆍ의전상' 이라는 이유로 모든 행사의 중심에 서 있던 대통령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화석화된 딱딱한 의전 행사들과 달리, 각 행사들의 본래의 취지가 살아나고 참석자들이 감동을 받고 국민들도 기뻐하는 등 살아 있는 행사가 됐다는 것이다.


우선 모든 참석자들이 기립한 후 대통령이 홀로 입장에 착석하는 관례가 없어졌다. 지난 15일 주요 보훈 대상자를 초청해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행사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 입구에 나가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이전 정부에서 참석자들이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대통령께서 입장하십니다"라는 사회자의 구호에 기립해 박수를 치며 맞이하던 행사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5.18 기념식, 현충일 기념식, 6.10항쟁 30주년 기념식 등 취임 후 모든 행사에서 이같이 단독 입장하지 않고 참석자들과 함께 행사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뉴스 그후]대통령이 몸을 낮추니 '나라'가 보인다 사진=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캡처



이와 함께 문 대통령 취임 후 취임ㆍ포상 행사가 대통령 위주가 아닌 참가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사진을 찍는 김 부총리 부부에게 자리를 비켜 주고 옆에서 '물개 박수'를 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김 부총리 부부 뒤에 서서 박수로 축가했다. 기존엔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 하는 동안 수석들이 양 옆으로 도열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지난 6일 앞으로 훈ㆍ포장 수여식 때도 수상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동반해 수상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한 사람이 훈포장을 받기 위해서는 그 공로를 세우는 과정에 있어서 가족들의 헌신도 함께 따르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국가 행사에서는 가족들을 함께 무대에 올려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이고 해당 행사를 여는 것도 그분들의 뜻을 기리고 축하 또는 애도하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참석하기 몇 시간 전부터 모든 참가자들이 '집합'해 초ㆍ분 단위로 일정을 짜고 동선을 정해 하던 사전 예행 연습이 사라졌다. 대신 공연자, 사회자, 시상보조요원 등 필수 인원들만 사전에 준비한 내용들을 현장에서 점검해 보는 식으로 바뀌었다. 일반 참석자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 두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신분 확인ㆍ소지품 검사 등을 거쳐 착석한 후 화장실도 못하게 하고 휴대전화 촬영도 못하도록 하던 관행이 사라졌다.


덕분에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게 행자부 의정관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때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 때도 의전 행사의 분위기가 엄격하거나 무겁지 않았는데, 전임 대통령 때는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됐었다"며 "문 대통령 취임 후 참석자들에게 압박감을 덜 느끼고 편안하게 행사를 즐기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쪽으로 행사 기조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 그후]대통령이 몸을 낮추니 '나라'가 보인다 사진=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캡처



대통령이 등장하면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실시되던 통신 제한 조치도 없어졌고, 일정 자체가 '국가 1급 비밀'로 취급되던 관례도 이젯 옛말이다. 출입기자단에서 '엠바고'를 정해 관리하던 대통령의 행사 참석 '예정' 기사가 이젠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 측은 행사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의전 행사의 변화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의정관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일정이나 동선, 시간, 의식 절차 등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내실을 기하면서 각 행사마다 그 행사의 취지 자체를 최대한 살리고, 이를 통해 참석자들의 만족감과 국민들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런 취지를 대통령이 몸소 실천해 주시다보니 참가자들의 반응도 더 진정성있게 받아 들이고 시대변화를 실감하면서 고마워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의전 행사의 변화가 하나의 고급화된 정책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며 "차원이 다른 고품격의 의전을 통해 국격을 상승시키고 또 국민들의 자부심이 고양돼 국정에너지로 전환되도록 한다는 목표로 각종 의전 행사에서의 개선할 부분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