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압 속속 드러나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8일(현지시간) 열리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증언에 미국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공개 증언에 나선다. 공화당 소속의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번 청문회의 민감성과 전국적 관심을 감안해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은 어떤 제약도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자유 발언권을 보장한 상태다.
언론의 관심도 벌써 뜨겁게 달아올랐다. 코미 전 국장의 의회 증언을 전하기 위해 CNN과 같은 보도 전문 방송은 물론 ABC와 CBS, NBC 등 미 지상파 3사도 이례적으로 이번 의회 청문회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CNN은 미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미식 축구 슈퍼볼 중계에 빗대 이번 코미 청문회가 '워싱턴의 슈퍼볼'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미 전 국장도 작심 발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난달 쫓겨난 코미 전 국장은 의회가 비공개 증언을 요구하자 공개 증언을 요구, 이를 관철시켰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을 비롯한 3차례의 별도 접촉에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는지와 트럼프 대통령이 FBI의 러시아 대선 개입 관련 수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발언을 실제로 했는지에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갑작스럽게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면서 업무 수행에 문제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에선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하고선 의회에선 이와 다른 답변을 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마치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대화가 이미 녹음된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갔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이날 코미 전 국장의 측근들을 인용, 그가 이번 의회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사 대상이 아니란 언급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증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코미 전 국장 측은 이른바 '코미 메모'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외압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증언이 코미 전 국장의 육성을 통해 확인되고 TV 화면을 통해 생중계될 경우 워싱턴 정가는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도 다시 비등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댄 코츠 국장에게 코미 전 국장의 러시아 대선 개입 관련 수사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들에게 코미 전 국장의 증언과 관련해 "행운을 빈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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