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외수 투병한 그 질환…남자 발병의 경우엔 악성 많아 더 치명적
12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들고 대중 앞에 선 소설가 이외수 씨의 짧은 머리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더니 암 투병 중이었단다. 위암 판정 후 8번의 항암 치료가 끝나나 싶었을 때 유방암이 발견돼 반년가량 투병했다고. 유방암? 그렇다. 남자도 유방암에 걸린다. 여자의 100분의 1 확률로 발병하며 주로 60대 이후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남자의 가슴을 아프게 한 유방암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할까?
남성 유방암이 더 나쁘고, 아프다
2016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암은 총 217,057건이었는데 그중 유방암은 18,381건, 그 중 남성 유방암은 77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04%를 차지했다.
유방 내에 생기는 종양이 유방암인데, 남성에게도 유선 조직이 있으므로 유방암이 발생할 수 있다. 유관(젖줄)과 소엽(젖샘)의 세포에서 기원하는 유방암은 이들 영역을 벗어난 곳까지 침투한 침윤성 유방암과 두 부위에만 국한된 비침윤성 유방암으로 나눌 수 있고,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된 남성 유방암의 85%가량이 침윤성 유방암으로 증상이 더 좋지 않다.
기록이 남긴 첫 조선의 남성 유방암 환자
1907년 조선에 처음 방문한 미국의 외과 전문의 알프레드 러들로는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의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촉망받는 의사로 열악한 조선의 의료환경이 뇌리에 깊게 남았던 나머지 1912년 선교사를 자처해 조선을 다시 찾았다.
세브란스병원 외과의 수장이 된 그는 연간 17,00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500명을 수술할 만큼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조선의 첫 남성 유방암 환자를 기록에 남긴 것도 러들로였다.
그는 1923년 병원을 찾은 한 남성환자의 유방에서 종양을 발견하고 수술 전 사진으로 환자의 환부를 남겼다. 최근 통계에서 남성 유방암 환자의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사진 속 남성 역시 비슷한 연령으로 추측된다. 러들로 교수는 3년 뒤인 1926년부터 본격적으로 종양등록 사업을 시작해 조선의 암 퇴치에 앞장서기도 했다.
1%, 하지만 고통은 남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유방암 진료인원수는 12만 1379명이었고, 그 중 남성 유방암 진료환자는 505명으로 여성 유방암 환자의 1%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그 수가 적다해서 고통의 정도 또한 적은 것은 아니다. 남성 유방암 자가진단 관련 전문가들은 유방암은 통증 없이 시작되므로 통증이 시작될 정도면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므로 의심 즉시 병원에서 즉시 검사를 받아볼 것을 조언한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미국 암학회는 지난 2015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남성 환자를 2350명으로 추산했다. 영국 암연구협회는 2014년 389명의 남성이 유방암진단을 받았고 75명의 남성이 유방암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외과의 존 아던이 1307년 남성 유방암 사례를 처음 기록한 이래 700년간 남성은 유방암은 여성의 병증으로만 치부하다 무수한 죽음을 맞아왔다. 국내엔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주인공 조정석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그 존재가 널리 알려졌는데, 남성 유방암환자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 미국의 한 유방암 재단에서 제작한 남성 유방암 자가진단 가이드 영상
이제 더 이상 유방암은 여성만의 병이 아니다. 인도의 종양전문의 라마칸트 데쉬판데 박사는 남성 유방암 환자 대부분이 사회적 시선과 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발견과 진단이 늦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남성 역시 유방암에 대한 자가진단과 위험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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