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 향한 ICBM 공격 가정 요격 테스트
美 "엄청난 성과이자 중대한 이정표"…요격 미사일 규모 연말까지 44기로 확대
AP통신 "2742억 투입…北ICBM 요격할 수 있다는 것 증명되진 않아"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에 대비한 첫 요격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실험이 성공함에 따라 미국의 대북 억지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은 30일(현지시간) "미 본토에 대한 ICBM 공격을 가정한 요격 시험을 실시, 태평양 상공에서 가상의 ICBM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험은 태평양 마셜군도 부근에서 미 본토로 가상의 미사일 공격을 하면 캘리포니아주(州)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있는 지하 격납고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상공에서 격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ICBM급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체를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로 맞춰 떨어뜨린 것이다. MDA는 향후 ICBM 모형을 이용해 요격 시험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ICBM급 비행체를 명중시킨 GBI는 3단계로 구성된 미국의 본토 방어용 미사일방어(MD)체계 중 두 번째다. 1차 관문인 태평양 해상의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이 ICBM 격추에 실패하면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서 GBI를 발사,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 요격하는 역할이다.
만약 GBI마저 ICBM 격추에 실패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와 패트리엇 미사일이 마지막 3단계에서 ICBM을 요격한다.
1999년부터 미사일 요격 훈련을 해 온 미국이 ICBM을 대상으로 시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잇딴 미사일 도발과 ICBM 공격 위협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안보 관리들을 통해 여러차례 북한의 ICBM 위협을 언급해왔고,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발사 능력을 과시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특히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ICBM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요격 시험 성공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ICBM 도발을 제어할 안전장치를 확보하게 됐다. 미국은 이를 향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에 대한 '억지력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연말까지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 배치된 요격 미사일 규모를 현재 36기에서 44기로 늘릴 예정이다.
짐 실링 MDA 국장은 "복합적이고 정교한 목표물 요격은 GMD(지상기반 요격미사일) 시스템의 엄청난 성과이자 중대한 이정표"라며 "매우 실질적인 위협에 대응해 우리가 신뢰할만한 억지 수단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2억4400만달러(약 2742억원)가 투입된 이번 실험이 전시 상황에서 북한이 발사한 ICBM급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AP는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할 능력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요격미사일을 교란하기 위한 유인용 미사일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미국의 미사일 요격 훈련은 3년여만에 이뤄졌다. 미국은 1999년 이후 17차례 요격시험을 실시했고 이 중 9차례 성공했다. 최근 4차례 시험에서는 2014년 6월에 진행한 요격만 성공했고 나머지 3번은 모두 실패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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