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삼성 뇌물수수' 혐의 재판의 첫 증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의 압박과 청와대 개입 정황에 대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 변호인은 이 같은 주 전 대표의 증언에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증인의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등 혐의 10차 공판에 주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주 전 대표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삼성 합병은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합병 시너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7조 6500여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권을 간접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을 무리하게 시도했다는 취지다.
주 전 대표는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10% 가량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삼성 합병 안건을 부의하지 않고 내부 인사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의결로 마무리 한 것에 대해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는 검찰 물음에 "전문위 위원인 박창균 교수로부터 '청와대의 뜻'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주 전 대표는 "박 교수는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도 가까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친구가 청와대 뜻이라고 말해 굉장히 놀랐다"고 회상했다.
청와대가 삼성 합병 과정에 개입해 이 부회장 측에 도움을 준 이유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최씨에게 지원한 돈이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인 올해 1월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경제적 큰 손해고, 어떤 판단이든 간에 국가를 위한 판단"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말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주 전 대표는 "특검 조사에서 대통령의 이런 발언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국제자본의 불신을 초래하고 향후 국제소송의 빌미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며 "투자위는 투자기관으로서 판단하는 건데 (마치) 정책적 판단으로 합병에 찬성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왜 저렇게 말했을까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 합병은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고, 청와대도 전혀 개입한 적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주 전 대표가 오직 박 교수 말만 듣고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관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객관적 물증이나 근거를 본 적이 있냐"고 되물었다.
최씨 측 변호인단 역시 "증인은 지난해 총선 이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관계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증인의 진술이 객관적일 수 있나"라며 "특검에 나가서 조사를 받을 때 어떤 방향으로 말하기로 결심을 하고 증언한 거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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