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KDB산업은행이 1조3000억원 규모 금호타이어 차입금 만기 연장을 두고 배수진을 쳤다.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매각 중단은 물론 법정관리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우선매각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기 위한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말이 채권단 내에서도 나온다.
26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오후 2시 채권단 회의를 통해 차입금 만기를 9월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차입금 1조3000억원은 만기가 지난해 말이었지만 다음달 말 까지 6개월 연장된 상태다.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총 2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경영상황이 어렵다. 다만 차입금 만기 연장안은 채권단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채권단이 연장을 해준다면 매각안은 지금 이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차입금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당장 갚을 능력이 없는 금호타이어는 부도다. 이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산은 등 채권단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넘어가게 된다.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의 요청으로 금호타이어 지분에 설정돼 있던 담보권을 해제하고, 금호기업 지분을 새담보로 잡았기 때문이다. 금호홀딩스는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고,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외 특수관계인 8인이 6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결국 차입금 만기 연장 제안은 산은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기 위한 묘수라는 말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법정관리 카드로 ‘금호 상표권’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차입금 만기 연장안이 가결되면 박 회장 측에 지난해 9월 금호산업 이사회가 결의한 대로 상표권 사용을 5년간 허용해줄 것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다만 채권단 내에서는 당장 차입금 만기를 연장하더라도 미봉책에 그칠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더블스타와 채권단간 입장차를 줄이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것. 더블스타는 차입금의 5년 상환 유예를 원하지만, 일부 채권단은 2년 상환 유예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이 분위기를 무섭게 몰아가는데 그 어느 채권단에서 채권에 대해 손을 댈 수 있겠느냐”라며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미봉책일 뿐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1분기 영업손실만 282억원에 달한다. 금호타이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법인의 적자도 심각하다. 중국과 베트남법인의 지주회사인 금호타이어H.K 약 25억원, 난징금호타이어 58억4000여만원 등 5개법인은 246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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