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 "관련 통보 못받아"…의도적 속도조절 분석도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강구귀 기자] 다음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금호타이어의 1조3000억원 차입금 연장 문제를 놓고 채권단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무 연장 여부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 방향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 간사인 KDB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 더블스타와의 계약 조건 중 하나인 5년 채무 연장 안건에 대해 만기 시점인 다음달 말 협의회 안건으로 부의할 예정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의 5년 채무상환 유예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이었던 만기를 다음달 말 까지 6개월 연장하는 임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무 만기 시점을 고려했을 때 이달말이나 6월초에는 관련 내용에 대해 주주협의회 채권은행들에 전달하고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견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차입금 만기 연장을 위해 은행들에게 금호타이어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을 제외한 채권은행들의 입장은 다르다. 주주협의회 최대 의결권을 가진 우리은행은 2년 연장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34%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주주협의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우리은행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어떤 안건도 통과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채권은행도 우리은행과 입장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 채권은행은 산은으로 부터 채무 연장에 관한 의견, 회의 일정 등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금호타이어 채권단 회의는 지난 3월17일 후 이날 현재 까지 두달 여간 열리지 않고 있다. 직전 회의에서 매각 관련 의견 조율이 원만하지 않았던 만큼 회의가 시급하다는 것이 채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며 "매각 진행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요구에 산은이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채권은행은 지난달 산은에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된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은행은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금호산업과 협의한 후 최종안을 확정해 더블스타에 제시해달라는 내용과 재입찰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문에 담았지만 산은의 입장을 듣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전을 둘러싼 채권단내의 불협화음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매각 신중론을 언급한 점을 의식, 산은측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금호타이어 매각의 경우 금융위원장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새 금융위원장 인선 이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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